[세종시]부처 내려가면 새벽회의때 대통령 혼자 어떻게 하나혁신도시 등 그대로 유지… 자꾸 쪼개면 국가발전 없어공무원 중앙서 뽑아 배치… 부처 옮겨도 일자리 안생겨정치권에서 계속 번복하니 충청도민들 속이 상할 것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과 4대강 사업 등 정국 현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예정된 100분 훨씬 넘겨 2시간 10분 동안 진행
세종시 문제만 40분 할애
이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세종시 문제에만 40분 가까이 할애했다. 세종시 원안의 문제점을 적극 설명하면서 수정안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특히 개인적 고뇌와 소회를 솔직히 전달함으로써 원안 수정 방침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사적 소명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 원안 수정 불가피 역설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행정 비효율이 발생할 뿐 아니라 충청도민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일하면서 경제부처 장관들을 일주일에 2, 3번 새벽같이 모아서 일했다. 그런데 부처들이 내려가고 대통령이 혼자 있으면 어떻게 하나. 서울에 (장관들이) 1년에 6개월은 와 있어야 한다”며 “정말 이래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행정중심도시라고 해서 부처를 반으로 쪼개서 헤어지는 게 과연 균형발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세종시로 내려가는) 1만400명의 공무원의 (서울에서의) 출퇴근 계획을 세웠더라. 아마 이사를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외국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세계 어떤 나라도 수도를 분할하는 나라는 없다. 전체를 이전할지언정 분할하는 나라는 없다”며 “독일이 있지만 특수한 경우다. 통일 됐으니 한꺼번에 못 오니까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며칠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한해 대한민국이 수도를 분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고 갔다”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통일이 됐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존 원안으로는 세종시가 자족도시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뽑을 때 현지 사람을 뽑느냐. 중앙에서 전국에 걸쳐 뽑아 배치하니까 고용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공주·연기 주민들이 소득이 안 생기면 장사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어떤 형태로 (수정안이) 나올지 모르지만 교육과 과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안에 정부가 안을 확정해서 내놓게 되면 아마도 자족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원안 수정 방침에 사심이나 정치적 저의가 없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정치적으로 편안하려고 내일 국가가 불편한 것을 그대로 할 수 있겠는가.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다음 (대통령) 임기에서 저는 역사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 하나가 좀 불편하고 욕먹고 정치적으로 손해 보더라도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이것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저는 대통령이 됨으로써 정치는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의 뜻은 매우 순수하다”고도 했다.
○ 국민 이해와 정치권 협조 당부
이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세종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충청권 민심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충청도민이 수도를 옮겨달라고 해서 (세종시 계획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 충청도민 입장에선 정치권이 계속 번복하니까 참 혼란스럽고 속상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유한식 연기군수로부터 직접 질문을 듣고 답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유 군수를 보니 초췌해서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주민들도 옆에 있는 것 같은데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조상 때부터 살던 분들이 보상받고 나왔을 텐데 보상비를 얼마 안 받고 나온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어 “이 분들이 삶에서 떠나와 생계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처 9개가 옮겨가도 거의 할 게 없다. 소득이 발생하고 생산이 있어야 돈벌이도 생긴다”고 역설했다. 또 “(수정안이 나온다고 하니) 이게 뭔지 우선 이해를 따지기 전에 감성적으로 화가 날 것이다. 다 집어 치우고 원안대로 하라고 할 것 같다”며 “생계가 어렵고 손해보고 나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선 총리실에서 주거문제라든가, 우선적으로 뭐를 할 수 있는지 심각히 검토할 테니 정부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의 협조도 촉구했다. ‘원안 플러스 알파’ 발언 이후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주류, 비주류가 없다. 제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서 일부 반대하는 분도 그 전에는 찬성하신 분도 있었다. 위치가 달라져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두에 말한 대로 이건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하자, 이점을 설명드리고 있다. 정치권에도 부탁을 한다. 다시 한 번 국가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 역차별 논란 적극 해명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다른 지역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에 기업이 들어오든 어떻게 하든 간에 다른 지역으로 올 것이 이곳으로 온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많은 지역에서 혁신도시를 만드는데, (그곳으로) 국책기업이 옮겨가도록 돼 있다”며 “그런 기업이 세종시로 올 계획은 전혀 없고 정부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북은 새만금 식품도시, 광주는 광산업, 문화도시, 연구개발(R&D) 중심 도시, 전남은 남해 관광지, 부산은 물류 중심지, 경북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강원은 의료기기, 관광지 등 정부가 계획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세종시 때문에 다른 곳에 갈 것이 이곳으로 간다는 이런 일은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 어떤 하나를 쪼개서 자꾸 하면 국가가 발전하지 않습니다. 하나 더 만들어야, 새로 만들어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는 세종시에 맞게 할 것이다. 금년 내에 발표하게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총리를 중심으로 의견을 들어가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