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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되살아난 페일린 열풍

입력 | 2009-11-26 03:00:00

자서전 들고 25개주 순회
“평범한 미국인 대변” 환호
작년 대선 큰 인기 끌다 추락
1년만에 공화당 선두주자로




24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 파란색 바탕에 자신의 대형 사진이 부착된 투어버스에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내렸다. 분홍색 상의에 검정 치마를 받쳐 입은 페일린 전 주지사를 기다리던 지지자 700여 명은 “사랑해요 세라. 우리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라고 외쳤다. 서점 앞에 마련된 연단에 오른 페일린 전 주지사는 감격한 듯 “작년 9월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보내주신 성원이 떠오른다. 그때의 흥분과 감동을 다시 느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페일린 돌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던 과정의 비화를 다룬 자서전 ‘고잉 로그(Going Rogue·삐딱해지기)’를 내놓고 18일부터 미국 전역을 누비는 그에게 쏠리는 관심도 기대 이상이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가는 곳마다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아예 하루 전부터 건물 바깥에 텐트를 치거나 침낭을 가져와 야영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플로리다 주 더빌리지 사인회에 참석한 빅토리아 다이 씨(81)는 “밥도 잘 못 먹고 어제는 잠도 설쳤다. 너무 흥분된다”며 “그는 최고의 여성이며 진실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점가도 강타하고 있다. 발간 첫날 30만 부를 팔아치우며 첫 주 판매 70만 부를 기록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03년 출간한 ‘리빙 히스토리’의 첫 주 판매 기록(60만 부)을 깬 것. 최고 기록은 200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마이 라이프’로 첫 주에 90만 부가 팔렸다. 책은 다섯 자녀를 둔 직장여성으로서 정치인의 길을 택한 배경, 고교시절 짝꿍이자 블루칼라 서민인 남편과의 로맨스, 대선과정에서 리버럴 성향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야기, 말실수가 잦다며 러닝메이트인 존 매케인 후보 측에 의해 언론 접촉을 사실상 봉쇄당한 사연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2012년 잠재 대선후보 설문조사에서도 공화당 내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갤럽이 11월 5∼16일 전국 공화당 지지 유권자 7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페일린 전 주지사는 67%의 지지도로 경쟁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2%),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61%)를 앞섰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애써 “나의 레이더에 2012년 대선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동선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25개 주 31개 도시를 순회하는 이번 투어의 첫 7개 주는 모두 민주당에 아슬아슬하게 패한 곳. 특히 24일까지 다녀간 미시간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주는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화당이 승리해야 하는 전략지이자 ‘스윙 스테이트(지지도가 그네처럼 왔다갔다하는 주)’이기도 하다.

미 언론은 페일린 전 주지사 돌풍의 원인으로 어눌하고 푼수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미국인상을 가장 잘 대변한다는 점을 든다. 보건의료개혁 추진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 등에서 보여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페일린 전 주지사는 대선 진행과정에서 지도자로서의 자질부족 논란에 시달렸고 고교생 딸의 혼전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등 언론의 집중적인 검증공세에 시달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