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241명의 평균연령은 36세로 여느 체육 종목보다 높은 편이다. 73세의 최창원 6단부터 갓 입단한 17세의 김나현 초단까지 삼대가 한솥밥을 먹는 것도 두뇌 스포츠인 바둑의 특징이다. 세대 간 편차가 큰 만큼 바둑계에서 나이는 상당한 권위를 지녀왔다. 책임 있는 자리들은 선배 기사들에게 집중됐고 40대까지도 젊은 축에 속했다. 최근 두 40대 기사가 바둑계의 전면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양재호 9단(46)은 12일 최초로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여자바둑은 중국에 비해 확실한 열세에 놓여 있고 선수 개개인의 실력 편차도 크다.
앞으로 팀 구성이나 운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둑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 9단으로서는 감독직 수락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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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에는 제29대 기사회장으로 최규병 9단(46)이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4명의 후보가 나와 투표율 73%라는 높은 호응 속에 치러졌다. 선거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최근 바둑계가 처한 난관에 대한 기사들의 공감대가 컸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영광은 중국의 거센 위협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고 기사들이 뛸 무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가맹을 계기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통합이 내년 초 예정돼 있어 어느 때보다 기사회의 현명한 대처와 응집력이 필요한 시기다.
기사회장은 행정적 실권은 없지만 한국기원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사회는 기사회의 건의를 대부분 수용해 왔기 때문이다. 최 9단은 “뒤에서 조용히,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양 9단과 최 9단은 책임감이 강하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기사들이다. 앞으로 한국 바둑의 위상 회복이나 팬과의 교류 확대 등 바둑계 현안들이 힘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간 허리층인 40대가 참모가 아니라 전면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한국바둑 위기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궂은일을 자임하고 나선 이들의 결단이 열매를 맺기 바란다.
이세신 PD 바둑TV 편성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