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회상 산문집 출간
시인 신달자 씨(왼쪽)와 아버지 신중길 씨가 1991년 숙명여대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함께했다. 사진 제공 서정시학
문인들이 아버지를 회상하며 쓴 산문을 모은 ‘아버지, 그리운 당신’(곽효환 최동호 엮음·서정시학)에 실린 일화다. 24일 출간된 이 책에는 ‘성북동 비둘기’의 시인 김광섭, ‘천변풍경’의 박태원 등 당대의 문인들이 어떤 아버지였는지를 회고하는 자녀들의 글도 함께 실렸다. 계간 ‘대산문학’에 연재됐던 원고를 주로 실었고 신달자 씨, 소설가 박범신 씨 등은 이번 책을 위해 새로 글을 썼다.
“나 자신이 싫었고 아버지가 몹시 미웠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어야 했고, 그 결단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공지영 ‘내 인생의 나침반’)
시인 황동규 씨의 아버지는 소설가 황순원 씨. 황동규 씨는 “아버지와 아들은 한집에서 살며 체험을 너무 많이 공유하기 때문에 둘 다 자신만의 세계를 이룩하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시인 한강 씨는 새벽부터 들리던 타자기 소리와 늘 피곤해 보이던 모습으로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추억한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뒤에는 생전에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남는다. 박범신 씨는 몸이 아팠던 아버지가 병마와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흉포한 생로병사의 존재론적 시간과 사투를 벌일 때 나는 아버지의 그 고통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갖고 있지 못했다”고 가슴 아파한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어언 30년이나 된다. 놀라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성찰은 깊어지고 회한은 아프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