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민법 동시 개정 필요… 예산도 난관■ 범죄증인 보호 주요내용
‘증인보호 프로그램’ 전문가인 존의 임무는 중대범죄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쥔 증인이 피살 위험에 처했을 때 증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증인의 모든 과거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존의 암호명은 ‘이레이저(Eraser·증인보호를 위해 과거의 이력을 모두 지워주는 사람)’. 존은 리가 갖고 있던 신분증을 모두 빼앗아 폐기한 뒤 새로운 신분증을 건넨다. 리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모두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한 채 살아간다. 미국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다룬 영화 ‘이레이저’에 나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거주지와 신분을 바꾸고 얼굴을 성형하는 일이 한국에서도 곧 현실이 된다. 대검찰청이 미국식 증인보호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초쯤 범죄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미국은 당초 매년 25∼50명을 보호대상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증인 보호에 나서면서 30여 년 동안 모두 4억 달러가 들었다. 검찰은 범죄조직으로부터 몰수하는 범죄수익금이나 은닉자금 등을 재원으로 삼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조성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나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증인면책’ 제도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증인면책제도는 조직폭력 및 마약범죄 등 특정한 범죄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사람이 주요 피의자와 공범관계일 때 결정적인 증언을 해 주는 조건으로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검찰은 이런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는 한편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검토해 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