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결성된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인천 중구 율목동의 한 낡은 주택 주방을 고쳐주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현장실사를 통해 방과 부엌, 화장실 등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10m²(약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돌봐 줄 자식이 없어 홀로 살아가고 있는 최모 할머니(72)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최 할머니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어 비나 눈이 오면 항상 천장에서 물이 새 눈앞에 다가온 겨울을 나기가 두려웠다》
‘사랑의 집 고치기 운동’ 독거노인-장애인 가정에 큰호응
내년 사업 확대… 인천시 지원받아 2084가구 수리계획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매달 34만 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비와 약값으로 쓰기에도 모자라 집을 고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인천지역 건설업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무료로 지붕을 수리해주고, 곰팡이가 새까맣게 슬어 있던 천장과 벽면을 모두 새 벽지로 말끔하게 도배해줬다. 최 할머니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혼자 사는 늙은이를 위해 집을 고쳐줘 고맙다”며 “이젠 비나 눈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든든하다”고 말했다.
집을 고쳐주는 대상은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받는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정 등이 대부분이다. 인천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협의회에서 현장 방문을 통해 적격 여부에 대해 조사한다. 대상자가 결정되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현장에 나가 수리 규모를 결정한다. 주택 상태에 따라 대규모(주택 내외부 전면 수리 및 신축)와 소규모 수리(도배, 장판, 싱크대, 보일러, 창틀, 문짝 등 수선), 물품교체(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지원) 등으로 나눠 사업에 들어간다.
사업비는 협의회에 참가한 단체와 기업이 낸 후원금으로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와 지자체가 맡는다. 집 고치기 사업에 필요한 인력과 자재, 가구 등을 후원하는 회원도 많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12월까지 430가구의 주택을 수리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집 고치기 사업이 크게 확대된다. 인천시는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에 대한 일제조사를 통해 협의회와 함께 내년 12월까지 2084가구의 주택을 수리해주기로 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737가구), 혼자 사는 노인(481가구), 장애인(256가구), 한부모가정(234가구), 소년소녀가장(14가구), 기타(차상위 및 저소득층·362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 지은 지 오래돼 건물구조가 위험한 294가구는 주택 내외부를 모두 수리하거나 아예 새로 지을 계획이다. 사랑의 집 고치기 범시민운동협의회 정해영 회장(73)은 “내년에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더 많은 기업과 단체가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