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이달 두차례 ‘폭설 성공’
이달 9일 중국 베이징에 내렸던 첫눈은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온 시내가 눈으로 덮여 교통 혼잡이 극심해지고 눈 무게에 못 이겨 나무가 쓰러지는 곳도 있었다. 이 눈은 중국 기상당국이 날씨를 조작해 만든 인공 눈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국내선 인공강설 올해 3번 성공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이유로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인공강설에 대한 연구가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장기호 박사 연구팀은 올해 3월 강원도 대관령 부근에서 약한 인공 눈을 뿌리는 데 성공했다. 내린 눈은 약 10cm로 이 중 인공강설이 기여한 양은 1cm 정도다. 장 박사는 그 외에도 올해 두 번의 인공강설 실험에 성공했다.
“한국 강수량 1mm 늘어나면 최대 2000억 이득”
연구예산 中 1000억 日 30억… 한국 내년 3억뿐
장 박사는 “인공강설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물 부족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비슷한 넓이(약 500km²)에 연평균 강수량이 1000mm인 지역에 인공 눈을 뿌려 연 강수량을 200mm 정도 더할 경우 늘어나는 수자원의 양은 약 1억 t. 이는 7만 명의 인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최근 열렸던 ‘강수의 경제적 가치 평가 워크숍’에서도 “우리나라의 강수량 1mm가 늘어나면 최소 20억 원에서 최대 200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억 원은 발전비용으로 환산했을 경우이고 2000억 원은 같은 양의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 중국은 로켓, 한국은 비행기
베이징의 경우처럼 산이 별로 없는 평야지대에도 수증기가 많은 구름만 있으면 인공강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산을 타고 올라가는 구름에 수증기 양이 많기 때문. 이렇게 조건에 맞게 실험을 하더라도 아직 인공강설 실험 성공률은 30%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 비행기는 빌려 쓰고 예산도 적어
한국의 인공강설 실험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장비와 비용이 문제다. 장 박사 연구팀은 인공강설 실험 때마다 비행기를 빌려서 사용한다. 그나마 최대 약 3000m 상공까지밖에 올라갈 수 없는 소형 비행기다. 중국이 전국 31곳에 인공강우센터를 설치하고 센터마다 크고 작은 비행기를 운용하는 것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예산 부족도 문제. 올해 인공강설 실험에 배정된 국가 예산은 약 1억 원. 한 번 실험하는 데 200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1년에 최대 5번 정도의 실험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내년 예산은 약 3억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충분한 실험을 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말이다. 중국은 매년 약 1000억 원, 일본은 약 30억 원의 예산이 인공강설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