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서 ‘깨알 메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8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 점선 안이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 전면 안나서는 전략가
“논리적 토론 가능” 기대도
“그를 보면 ‘진짜 사회주의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북한 대남사업의 ‘제2인자’가 된 것으로 확인된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62)에 대해 한 전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원 부부장은 일반적인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이론가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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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동연, 대남사업 2인자로
“이론에 밝고 논리가 정연하며 필체가 아주 유려한 사람입니다. 말이 없이 조용하고 술도 거의 안 마십니다. 남북 협상이나 회담에 많이 참여했지만 일절 행사장이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관리하고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합니다.”
원 부부장은 올해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조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조용히 수행했다. 조문단이 8월 23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 원 부부장은 뒷자리에 앉아 대화 내용을 수첩에 깨알같이 기록했다.
원 부부장의 성격은 전임자인 최승철 전 부부장과 정반대다. 최 전 부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남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그는 성격이 화통하고 말이 많으며 술을 좋아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 형이었다. 남북 간 행사의 전면에 나서 좌중의 시선을 끌었다.
한 대북지원단체 대표는 “최 전 부부장은 남측 인사들이 정당한 요구를 하면 일단 ‘해 봅시다’라고 약속을 한 뒤 윗선을 설득해 밀어붙였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활성화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전 부부장은 서울 방문 때 과음을 하거나 언행에 실수가 있었고 이것이 결국 지난해 철직(撤職)의 명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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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당국자는 “학자풍인 원 부부장은 권모술수나 정치적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며 “남측 대표가 원 부부장과 술자리가 아닌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진정한 자세로 토론을 벌인다면 의외로 말이 제대로 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