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응급구조 3명 인터뷰당시의 고통-심폐소생술의식 사라진후 기억 등 공개소방서 응급처치 교육 활용
서울 종로소방서 119구급대원들은 올해 상반기(1∼6월) 심정지로 쓰러진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아 인터뷰해 응급처치 시 대처방법 분석을 위한 자료를 만들었다. 종로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 종로소방서
심장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의식은 깨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은 이 씨 가족에게 “뇌손상 가능성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평소 협심증이 있었지만 쓰러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14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을 119구급대원들에게 소상히 밝혔다. 그는 “큰 강이 눈앞에 보였고 광활한 벌판에 혼자 서 있었다. 아무도 안 나타나 ‘혼자 어쩌란 말이냐’고 탄식하는 순간 의식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 ‘심장이 멈춘 날’을 공개합니다.
119구급대원들에게 죽음의 고비를 털어놓은 김진수 씨(40·한의사)는 3월 24일 오전 아내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 오전 8시 반경 차에서 내려 서울 경복궁 인근 자신의 한의원으로 가던 중 몸이 가라앉는 듯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이후 몸이 차가운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병원에서 뇌손상을 막기 위해 몸에 얼음을 두른 것. 그 역시 시민들의 재빠른 신고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의 전기충격요법 등으로 심장 기능이 돌아왔지만 5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평소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며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 몽롱하게 깨어난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박지호 씨(55·건축업) 역시 4월 30일 오후 2시경 길거리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졌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흉부압박을 세게 하다 보니 갈비뼈 2대가 부러졌지만 고통을 못 느꼈다. 전기충격요법까지 하자 바로 의식이 돌아왔다.
○ 기억하기 싫은 ‘악몽’ 공개
119구급대원들이 이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과정은 여의치 않았다.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뇌손상 없이 일상에 복귀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심정지가 발생해 4분이 지나면 뇌 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 후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