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감염되든 말든 내 자식은 학교로…
“그냥 감기야. 의사 선생님, 타미플루 안 먹어도 되겠죠.”(학부모)
2일 기자에게 서울 동작구에서 내과를 운영한다는 송경란 원장(가명)의 전화가 걸려 왔다. 송 원장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학생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 일부 학부모가 무리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고 말했다. 흥분한 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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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열이 떨어진다. 일단 열이 떨어지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학생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송 원장은 “완치소견서를 발급하면 장당 1만 원을 더 벌 수 있다. 그런데도 밀려드는 환자를 보기 위해 완치소견서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며 계속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신종 플루 주요 감염원이 학부모들의 ‘교육열’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학교 수업도 못 듣는데 학원까지 빠지면 교내 수학경시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느냐”는 학부모도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6일 신종 플루에 감염되고도 진단이 늦어져 사망한 7세 초등학생 A 군의 부모는 “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이 신종 플루에 걸린 사실을 알려주었다면 의사에게 더 철저한 치료를 요구했을 텐데…” 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실상 학교가 감염을 방치한 셈이다.
6학년 초등생 자녀를 둔 신모 씨(43·서울 서대문구)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 씨는 감기에 걸린 아이를 결석시키려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학교가 곧 휴교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확진환자가 나왔는지 여러 차례 물었지만 선생님은 답변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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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