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마저…“가계 목돈필요” 종신보험이 30%노후준비 나설 50대 해약률 최다이것만은…‘어린이보험’ 6%로 거의 손안대‘장기간병’ 해약률도 0.8% 그쳐
《최근 실직한 성모 씨(33)는 2년간 매달 15만 원씩 내던 종신보험을 해약했다. 환급금은 100만 원 정도. 그동안 낸 보험료 400만 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형편이라 손해를 무릅쓰고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인 강모 씨(42)는 올해 초 주가에 따라 연금실적이 연동하는 변액연금보험을 해약했다.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15%가량 떨어진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해약 환급금을 안정적인 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적금에 넣어뒀다.》
삼성생명이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올 1∼5월 전국의 생명보험 상품 해약자 및 보험료 납입 중지로 보험 효력이 상실된 실효(失效)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보험 해약 및 납입중지 이유는 가계 소득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 준비가 필요한 50대가 오히려 보험을 많이 해약하고 있으며 상품별로는 종신보험 해약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소득 낮을수록 ‘생활비 마련’ 이유 많아
광고 로드중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산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을 해약한 이들이 많았다. 월 가계소득 600만 원 이상인 응답자의 20%는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료 납입을 중단했다고 답해 250만 원 미만(15.3%)보다 많았다.
○ 종신보험 대거 해약해도 어린이보험은 유지
연령이 높을수록 보험 이탈이 많아져 정작 은퇴를 앞두고 막바지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하는 50대의 노후가 불안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50대의 경우 1인당 1.52건의 보험을 해약하거나 납입을 중단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보험 이탈이 많았다. 이는 50대가 되면서 실직으로 소득이 크게 줄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목돈을 써야 하는 일이 늘면서 보험 해약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 이탈 건수는 20대가 1인당 1.31건, 30대 1.40건, 40대 1.44건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종신보험이 해약되거나 납입이 중단된 전체 보험 상품 중 3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장기보험의 대표상품인 종신보험은 중도 해약할 경우 환급 비율이 매우 낮고 2, 3년 내 해약하면 원금의 절반도 돌려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종신보험 해약이 늘어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던 탓으로 보인다. 반면 어린이보험이나 간병보험은 중도 해약하거나 납입을 중단한 이가 거의 없었다. 장기 간병보험 해약은 1553건 중 13건, 어린이보험 해약은 93건에 불과했다.
광고 로드중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