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식당 쪽으로 가지 말자. 조직폭력배 같은 남자들이 서성거려서 무섭다니까.”
최근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독서실 앞을 지나다 우연히 여고생들의 대화를 엿들은 강북경찰서 김모 형사(44)는 궁금증이 생겨 학생들이 가리킨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4차로 도로에 접한 상가 건물에는 오래전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이는 주꾸미 음식점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건물 앞에는 학생들이 말한 것처럼 몸에 용과 잉어 문신을 새긴 건장한 ‘어깨’들이 있었다. 이들은 불이 꺼진 주꾸미식당에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폐업한 것처럼 보이는 허름한 식당에서 불도 꺼놓은 채 주꾸미를 먹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 형사는 당장 경찰서에 연락했다. 이후 경찰은 15일간 가게 주변을 정찰하며 200m²(약 60평) 남짓한 이 식당이 주꾸미 대신 경품을 잡으려는 도박꾼이 모인 도박장이란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서울 강북지역 조직폭력단인 ‘상택이파’ 조직원으로 2008년 이후 강원랜드 등에서 일어난 2건의 폭행사건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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