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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 엽기? 무기? 王라이터 불티

입력 | 2009-10-17 02:30:00

가스 용량, 일반라이터의 5배길이17cm… 불꽃12cm 솟아대부분 중국산… 폭발사고 우려




“왕(王)라이터 팝니다. 하루에 80∼100개 정도 팔려요. 여자들이 많이 삽니다.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하려는지.”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리어카 노점상 앞에 시민들이 신기한 듯 몰려있었다. 리어카 선반 위에는 일반 1회용 가스라이터보다 용량이 5배 정도 큰 대형 라이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라이터는 속칭 ‘왕라이터’(사진 오른쪽) 또는 ‘빅라이터’로 불린다. 대부분 중국산이다. 400원짜리 일반 1회용 라이터의 크기는 길이 8cm, 폭 2.5cm이지만 4000원에 팔리는 왕라이터는 길이 17cm, 폭 4cm나 된다. 라이터를 켜면 불꽃이 일반 라이터보다 배나 높은 12cm까지 치솟는다.

왕라이터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나 유흥가에서 많이 팔리며 술집 등에서 판촉용으로 돌리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 일대의 각종 자영업점포 개업선물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왕라이터 판매 L몰 관계자는 “상호를 넣어 선물용으로 주면 받는 사람들이 신기해 좋아한다”며 “동네 통닭집에서도 배달할 때 선물로 준다”고 말했다. 강남 압구정동의 한 주점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9)는 “손님들이 라이터를 많이 찾는데 가져다 왕라이터를 주면 신기해하며 즐거워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도 화제다. 각종 블로그에는 “엽기 라이터를 구했다”며 왕라이터와 각종 물품 크기를 비교한 각종 사진이 올라와 있다. 포털사이트 지식 검색 게시판에도 “요즘 초대형 라이터가 인기라는데 어디서 사야 하나”, “중고교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등의 질문이 올라올 정도. 각종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하루에 1000여 개씩 주문이 들어오는데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 전문가들은 왕라이터가 크기 때문에 위험성도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라이터 폭발사고는 주로 차량에서 일어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대형라이터가 폭발하면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1회용 라이터가 직사광선을 받거나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라이터의 압력이 상승해 발화점이 낮아지면서 폭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라이터는 고위험군 상품으로 안정인증대상 품목으로 등록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아 국가 차원에서 제품의 안전성, 제조업체나 수입업체 등을 꾸준히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는 안전인증(KPS) 마크가 없는 라이터도 팔리고 있다.

또 안전인증을 받은 왕라이터도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인증 대상 품목을 검사하는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종류(일회용, 일반용) △형식(불꽃 조절 방식) △재질(플라스틱, 금속)을 기준으로 삼아 안전검사를 하고 있지만 라이터의 ‘크기’는 기준에 들어 있지 않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왕라이터는 형태, 점화, 분사 원리가 일반 1회용 라이터와 같아 동일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따로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았다”며 “하지만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수거해서 검사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인증 취소 등 시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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