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北 미사일 발사, 명백한 도발”→10월 “전에도 있던 일” 논평 자제
남북 ‘오늘 임진강-16일 적십자 접촉’ 합의
북한이 12일 동해로 단거리미사일 5발을 발사하고 서해상으로도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동향이 포착됐지만 정부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로 키(low key)’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5발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논평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과거에도 수차례 시험발사된 것과 같은 미사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북한이 이날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14일)과 적십자 실무접촉(16일)을 갖자는 제안을 수용한 점을 의식한 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남북대화 개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올해 7월 4일 북한이 동해에 중거리미사일 6발과 단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했을 때 공식 논평을 내고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의 이번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에는 차이가 없지만 대응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7월과 이번의 차이는 우선 미사일의 군사적 위협 정도에 있다. 7월에는 사거리 400∼500km의 중거리미사일이 주류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사거리가 160km인 단거리미사일이 발사됐다. 한 당국자는 “단거리미사일이 지역 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묵인해주는 것이 국제사회의 관례”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한반도 주변 정세도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4∼6월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인 등으로 국제사회를 자극했다. 7월 초는 이에 대한 대북 제재의 필요성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미국 중국 한국 등을 상대로 전방위 유화 공세를 펴고 있다. 14, 16일 남북 간 실무회담도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는 큰 흐름을 주시해야지 단거리미사일 발사 같은 돌발 사안에 일일이 대응해선 안 된다는 기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동북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통상적인 일로 치부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을 향한 장거리미사일보다 한국을 노리는 단거리미사일이 우리에게는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13일 “우리 국민이 이러한 현실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