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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에 투자-소비자 몰리는 시대

입력 | 2009-09-24 02:56:00


■사회책임투자 해외전문가 인터뷰

지속가능경영 관심 높아져… 한국 기업들도 적극 대응을

‘착한 기업이 곧 똑똑한 기업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안정성(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사회책임투자 관련 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업의 평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준이 점점 비재무적투자(ESG)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사회적 책임투자 리서치 기관인 EIRIS의 스테판 하인 총책임자는 “ESG는 단순한 ‘윤리 경영’이 아닌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차원의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종교간기업사회책임센터(ICCR)의 로라 베리 대표도 “한국은 ESG 관련 기업의 활동이 뿌리를 아직 깊게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그만큼 새로운 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방법론을 통해 비재무적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동아일보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책임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SG: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기여(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제외한 분야를 뜻한다.

위노번 UNGC 책임관 “금융위기후 기업 사회책임 열의”

“금융위기 직전 한 달 평균 세계적으로 100여 개 기업이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는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부터는 가입 기업 수가 월 145개로 급증했습니다.”

20일 UNGC 행사 참석차 방한한 어설라 위노번 UNGC 책임관(사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스스로 친환경 등 비재무적 경영(ESG)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유엔 산하 단체인 UNGC는 인권, 노동기준, 환경, 반부패 등 10개항의 세부원칙을 정해 기업들의 실천을 유도하고 있으며 회원으로 가입하면 관련 분야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현재 120여 개국, 6200여 기업과 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노번 책임관은 “UNGC 가입은 자유지만 회원제인 만큼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강제 탈퇴라는 강력한 규제가 따른다”며 “회원 기업들끼리 이슈별 분야별로 소모임을 만들고 ESG 관련 현실적인 실천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그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하인 EIRIS 총책임자 “고용 관리소홀땐 투자자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기업에서 종업원들에 대한 건강관리를 허술히 해 상당수의 종업원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은 비재무적 부분(고용환경) 관리 소홀로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힌 것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 사회적 책임 투자 리서치 기관인 EIRIS의 스테판 하인 총책임자(사진)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왜 기업의 ESG 분야 성과를 기업 가치와 연결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평가기준이 더욱 엄격해지고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가들의 모임인 EMDP에서 한국 등 신흥시장 10개국 기업들에 대한 ESG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해당 기업들의 투자가치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IRIS는 프랑스 연기금, 모건스탠리 등 세계 주요 투자기관과 비영리기관 100개사를 주요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에게 ESG 관련 기업 정보 및 현황 등을 제공한다.

베리 美 ICCR 대표 “비재무적 성과 공개 의무화를”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직결된 일부 비재무적 성과 분야에 대한 정보 공개는 의무화해야 한다.” 종교적 성향의 사회투자가(기관)의 모임인 미국 종교간기업사회책임센터(ICCR)의 로라 베리 대표(사진)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의 50여 주요 투자기관 등이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서한을 보냈다”며 “ICCR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 내용은 ‘기업들이 현재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비재무적 성과를 SEC가 주도해 의무화하고 표준화해 달라’는 것이다. 베리 대표는 “비재무적 성과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분석의 틀 또한 투명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1973년 창설된 ICCR는 종파를 초월한 종교적 성향의 투자기관, 대학 등 270여 투자가로 구성돼 있으며 1970년대 당시 생소했던 ‘사회적 책임 투자(SRI)’를 주도한 리더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