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窓]“다 돌아왔는데 당신은…”

입력 | 2009-09-09 02:59:00



8일 오전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광장에서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임진강에서 실종 또는 사망한 6명의 가족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유품을 건네받고 오열하고 있다. 연천=연합뉴스

자동차열쇠 노트북가방 운동화 배낭 낚싯대 밀짚모자 위장약…
‘임진강’ 실종자 유품 공개
유가족들 “맞네, 맞아” 통곡

8일 오전 9시, 임진강 야영객 사망·실종사고 수습대책본부가 세워진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앞마당. 민관군 합동으로 이뤄진 이틀 동안의 수색작업에서 수거된 유류품이 가족들 앞에 놓였다. 자동차 열쇠, 노트북 가방, 배낭, 운동화, 낚싯대, 가스버너, 밀짚모자 등 10여 점의 유품 앞에 모인 사망, 실종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들, 형이었던 이들의 일상용품이 며칠 만에 유품이 되어 돌아온 현실 앞에 목을 놓아 통곡했다. 면사무소 앞의 너른 앞마당도 가족들의 슬픔을 담기엔 너무 좁았다.
전날 수색작업에서 시신이 발견된 서강일 씨(40)의 아내 한지연 씨(40)는 남편의 노트북 가방을 보자마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쏟았다. “그이가 사무실에 놓고 다니던 가방이 맞아”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실종자 이두현 씨(40)의 아내 이은주 씨(36)는 남편이 메고 나갔던 주황색 배낭을 부여잡고 배낭이 마치 남편이라도 되는 양 떨어질 줄을 몰랐다. 떨리는 손으로 배낭에서 포장이 뜯기지 않은 위장약을 꺼낸 그는 “속 쓰리다며 위장약을 챙기더니…”라며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배낭 안에서 남편이 집에서 가지고 나간 속옷이 나오자 그대로 얼굴을 묻고 통곡하는 모습에 사고수습대책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지켜보던 많은 이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의 배낭과 옷에서는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필사적으로 유품을 찾아도 눈에 익은 물건이 안 보이자 허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누가 주인인지 가늠할 수 없는 운동화를 들었다 놓으면서 사고로 잃은 가족의 발 크기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실종자 백창현 씨(39)의 아내 이경화 씨(38)는 “아무것도 없어, 어떻게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어”라고 되뇌었다. “사람이 몇이나 죽었는데 이틀 동안 찾아낸 물품이 이것밖에 없느냐”며 한탄하는 가족도 있었다.
오후 2시경 수거된 유품이 추가로 공개되자 서 씨의 아내 한 씨가 또 한 번 통곡했다. 서 씨의 차량에서 찾은 물품들이 옮겨진 것. 남편의 이름이 적힌 자동차 양도 증명서 앞에서 한 씨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남편의 차량에서 꺼낸 운동복과 청바지를 한참 동안 말없이 쓰다듬었다.
연천=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