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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문제’ 싣고 다시 조립동으로… 26일前 발사 가능할까

입력 | 2009-08-21 02:58:00



연료탱크 압력은 정상… SW가 비정상으로 판독한 것으로 확인
문제 프로그램 러시아서 공급… 오류 고치는데 최소한 3일 소요
작업 차질 생기거나 다른 이상 발견땐 내달로 연기될 가능성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카운트다운 도중 중지된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 때문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나로호의 1단 로켓과 소프트웨어는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제공한 것으로, 러시아 측의 오류 수정 작업 결과에 따라 발사 일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0일 브리핑에서 “1단 로켓 엔진에 액체 연료를 공급하는 밸브는 헬륨가스를 주입해야 작동하는데, 헬륨이 저장된 탱크의 압력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시스템이 자동으로 멈췄다”고 밝혔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한-러 기술진이 19, 20일 이틀간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실제 헬륨 탱크 압력과 소프트웨어가 측정한 압력 수치 사이에 오차를 발견했다”며 “탱크 압력은 정상이었으나 소프트웨어가 비정상으로 판독을 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소프트웨어 오류를 고쳐 나로호에 다시 적용하고 점검까지 마치려면 최소 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결국 해결의 열쇠는 러시아
19일 나로호 발사를 멈춘 것은 자동 발사 시퀀스라는 자체 점검 소프트웨어다. 발사 15분 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이때부터 나로호는 발사 직전까지 최적의 상황인지 스스로 체크하는 판별 시스템이 돌아간다. 1단 로켓에 불이 붙기까지 엔진과 연료공급장치, 비행제어장치, 분리장치 등 모든 기계 전자 장치의 상태를 디지털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자동 발사 시퀀스 소프트웨어는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나로호 1단 액체로켓과 함께 공급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액체 로켓을 운용한 경험이 없어 소프트웨어도 함께 들여온 것. 항우연은 나로호에 공급된 소프트웨어는 러시아 측이 지상시험 과정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프트웨어는 러시아가 아닌 한국의 발사상황에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것을 전제해 일부 수정됐다. 러시아 시험장에서 실제 사용된 소프트웨어와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오류 해결의 열쇠는 러시아가 쥐고 있다.
한편 나로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한-러 간 체결한 공동개발사업 계약에는 이번 같은 프로그램 오류에 대해서는 따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다만 발사 후에 폭발하거나 궤도에 올려놓지 못할 경우에 2번 더 발사하기로만 돼 있다.



○ 나로호 발사 26일 넘길 수도
본래 나로호 발사 일정은 19∼26일이었다. 따라서 다음 발사일은 이르면 24∼26일이 될 수도 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국제해사기구와 국제민간항공기구 등에 통보한 26일까지 나로호가 다시 발사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발사 일정은 오류 수정 작업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우연 측이 브리핑이 끝나고 이날 오후 2시 반 발사대에 세워져 있던 나로호를 다시 뉘어 종합조립동으로 옮기자 ‘단순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니라 기체 결함이 발견된 것 아니냐’ ‘발사가 장기적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원장은 “발사체에 새 프로그램을 깔려면 전원을 꺼야 하는데 발사대에서 전원을 끄면 열·공기 제어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해 종합조립동으로 옮겼을 뿐”이라며 “나로호의 상태는 현재 양호하다”고 밝혔다.
○ 남은 문제는 없나
이번 경우처럼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소프트웨어 수정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정밀점검 과정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될 경우 26일을 넘길 수 있으며 이 경우 다음 발사시도는 9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체킹 시스템이 7분 56초를 남기고 저절로 멎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부터 이륙 순간까지 카운트다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발사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남은 7분 55초 동안 진행방향을 예측하는 관성항법장비를 점검하고, 발사체에 달린 카메라를 작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륙 후 궤도를 향해 방향을 바꾸는 ‘킥턴’에 필요한 엔진 점화도 점검해야 한다.
발사 1분 전에는 비행모드로 전환하고, 발사 직전에 2단 고체 연료엔진에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도 거쳐야 하는 등 남은 과정이 최소 수십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이번처럼 발사가 자동으로 중지된다.
나로호에 액체산소와 등유를 다시 주입할 경우 이미 연료가 한 차례 주입된 연료통, 연료 공급 파이프 등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항우연 측은 “발사체 연료통 내부를 말리기 위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더 깨끗한 공기를 대량으로 불어넣고 있다”면서 “연료통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재발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나로우주센터(고흥)=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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