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日외무성 자료 발굴
석창수 스님 등 활동 담겨
불교와 천주교의 만주지역 독립운동 활동과 독립운동 단체들의 군자금 모금 행적이 자세히 담긴 문서가 나왔다.
국가보훈처는 13일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 보관돼 있던 만주지역 독립운동가 거주제한 처분 보고서를 번역해 ‘만주지역 본방인 재류금지 관계잡건(本邦人在留禁止關係雜件)’을 발간했다. 일본이 내린 일종의 추방명령서 모음집으로 체류 금지 사유와 체포 당시 찍은 사진, 인적 사항 등이 인물별로 담겨 있다. ‘본방인’은 일제의 지배를 받는 조선인 중국인 등을 가리킨다.
1915년부터 1926년까지 기록을 발췌해 발간한 이 자료집에는 간도 화룡현의 명주사 승려인 석창수(石昌洙·사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체포 당시 27세였던 석창수는 독립운동단체인 의군단과 대한국민회군에 가입한 뒤 탁발을 가장해 통신사무와 군자금 모집에 앞장섰다.
이 자료집에는 또 천주교도들이 조직한 대한의민단에서 군자금 모금활동을 한 오지화(吳芝華) 신대용(申大勇) 김일선(金一仙) 등의 활약과 원종교가 조직한 비밀단체 대진단(大震團)의 일원이었던 홍윤화(洪允化) 김현필(金鉉弼) 오홍(吳鴻) 등의 모금활동도 담겼다.
수원대 박환 교수(한국사)는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승려의 항일운동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기존에 알려진 기독교와 대종교 외에 천주교와 불교, 원종교 등 여러 종교계가 독립운동에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자료집에는 임시군정부, 대한민국의민단, 대한의군부, 대한국민회, 북로군정서 등 1919년부터 1920년대 중반 만주지역 독립운동단체의 군자금 모금 사례도 상세히 수록하고 있어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군자금 모집 주체와 전달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용정의 3·13 만세운동과 서울의 3·1운동이 직접 연계된 사실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강봉우(姜鳳羽)가 서울로 가 만세운동을 논의하고 3·1운동을 목도한 후 용정으로 돌아와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것이다. 자료를 수집한 일본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이승엽 교수는 “만주지역 독립운동 내용뿐만 아니라 촬영 일시가 기록된 독립운동가 인물 사진이 수록돼 있어 더욱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