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다. 적당히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면서 정권 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라고도 했다. 겁이 없어서 나선 것이라고도 했다.
말에는 투지가 넘쳐흘렀다. 과장됐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객기어린 허언(虛言)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발언자들이 모두 이 정권의 실세(實勢)였기 때문이다.
두 달 전 그렇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사교육 시장과의 성전(聖戰)을 외치며 교육정책 전면에 등장했다. 섣부른 대책은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이의 제기에 정 의원은 “(장관이) 교과부에서 교육을 개혁하기 싫으면 딴 일을 하시면 된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곽 위원장은 “수만의 학원 종사자가 반대를 해도 1000만 명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학원 단속의 성공을 자신했다.
교과부와 교육단체들은 공교육 강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지만 이들은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초중고교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학원 단속 대책이 실행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논리로 밀어붙였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들이 요구한 학원 단속 대책은 학원시간 규제 법제화를 제외하고는 또 다른 실세인 이주호 교과부 차관의 지원 아래 지난달 정부 공식 대책으로 발표됐다.
불법학원 신고 포상금제를 포함한 사교육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초중고교생들의 여름방학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학원가는 세 명의 실세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대책 발표 며칠 뒤 이 차관이 교육청 직원들과 함께 단속 활동을 벌였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여전히 학원을 찾는 학생들과 이들을 실어 나르는 학부모들의 승용차로 넘쳐난다. 수익 감소로 문을 닫는 학원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의 다른 대표적인 학원가들도 마찬가지다.
불법학원 신고 포상금제에 의한 포상금 지급 사례 중 수강료 과다 징수는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대치동과 목동 등 빅3로 불리는 학원가와 대형 학원이 중점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는 곽 위원장과 이 차관의 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여름방학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가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학원불패’ 신화를 다시 확인한 학원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도 비장감까지 드러내던 실세 3인방은 아무 말이 없다. 자신들의 편에 있다던 1000만 명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왜 학원 편에 있는지, 중점 단속 대상인 대형 학원들은 수강료를 적법하게 받아서 학파라치에게 적발되지 않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
정치인들에게 교육은 매력적인 주제다.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인 실정에서 교육 개혁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인이 나설 경우 포퓰리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 실세는 이번 학원 단속 대책은 다르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시각은 차갑다.
이현두 교육복지부 차장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