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인 부산 대진정보통신고 3학년인 조민홍 군(18)은 10일 KAIST에 합격했다. 조 군은 2007년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한국 대회에서 대상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세계 대회에서 3등에 오르는 등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로봇 경진대회에서 60여 차례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문계고교를 다니다 로봇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며 1학년 2학기 때 대진정보통신고로 전학 갔을 정도로 이 분야에 열정을 갖고 있다.
KAIST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학교장 추천과 입학사정관 면접 등으로 일반계 고교생 150명을 처음으로 선발했다. 이 전형은 성적이 좋은 학생만 뽑지 않고 성적은 다소 뒤지지만 창의성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뽑는다는 취지로 서남표 총장의 주도해 도입했다.
KAIST는 올 5월 말 학교장 추천을 받은 전국 일반계 고교생 651명(고교당 1명)을 대상으로 전임, 교수, 명사 사정관의 면접을 거쳐 300명을 선발한 뒤 심층면접에서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다. 이번에 선발한 학생은 KAIST 총정원(970명)의 15.5%이다.
합격자 가운데 여학생이 40%로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 23%보다 높다. 150명 중에는 농어촌지역 학생 16명과 저소득층 학생 15명이 포함됐다. 150개 고교 중 91개 고교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KAIST 합격자를 배출했다.
다양한 특기적성과 독특한 경력의 합격자도 많았다. 서울 백암고 3학년 박병훈 군(18)은 국내 특허 10개를 갖고 있거나 출원한 발명가다. 올 6월초 중소기업청 주관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생태 방음벽과 보행자 무단 횡단 방지 시설, 옹벽 조경물, 중앙 분리대, 도로 갓길 조경시설 등 생태조경물을 활용한 벤처창업 계획서를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다.
충남 공주 한일고 3학년 김남우 군(18)은 고교 수준의 수리과학 논술집과 수학이론집 등 교재 2권을 펴냈다. 동국대 사범대부속고 3학년 오장섭 군(18)은 어머니와 함께 매달 한번씩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KAIST 김도경 입학처장은 "기존 재학생에게서 보기 드문 경력의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이들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과학고 출신 학생들에 뒤지지 않도록 9월부터 내년 2월 입학 전까지 '브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