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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언어의 무한한 가능성 詩語로 실험하다

입력 | 2009-08-08 02:59:00


◇ 소설을 쓰자/김언 지음/196쪽·8000원·민음사

김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하루에 세 편 이상 읽으면 사용자의 머리가 과열되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언어와 문장의 근본적인 속성에 천착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여럿 실렸다.

“이보다 명확한 사건을 본 적이 없다/사건 다음에 문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문장 다음에 사건이 생긴다”(‘이보다 명확한 이유를 본 적이 없다’)

전쟁의 암호명, 판사의 판결처럼 어떤 말은 말 이후에 수천 명을 죽이는 참사를 불러오거나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건을 만든다. 하지만 생략해도 무방한 문장들은 때로 사건을 제압한다. 언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건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룬 ‘리얼 스토리’와 ‘소설을 쓰자’, ‘사건들’ 등도 수록됐다.

‘길에서 뿌린 돈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을 불러낼 때, 나는 더 많은 내가 길에서 걸어 다니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더 많은 내가 더 많은 당신과 더불어 더 많은 신발을 신고 걸어 다니고 있다. 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만 더 많은 곳에서 헤어진 적이 있다’(‘리얼 스토리’)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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