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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구구장. 삼성 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인 와중에 갑자기 무서운 기세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삼성 선수들은 각자 장비를 챙겨들고 잽싸게 뛰어들어 왔고, 외야에서 몸을 풀던 LG 선수들도 덕아웃으로 전력질주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최고참 양준혁(40·사진) 만은 비를 맞으면서도 여유 있는 발걸음을 유지했다. 유유자적. 고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달려오기가 귀찮았던 걸까.
하지만 “너무 혼자 천천히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양준혁은 금세 표정이 변했다. “요 근처까지는 뛰어오다가 덕아웃에 거의 다 왔길래 속도를 줄였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다시 항의했다. “아니, 경기 중에만 열심히 뛰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심지어 훈련이 끝나고 볼을 주우러 갈 때도 열심히 뛰어간다니까요.”
노장의 ‘이유있는’ 항변. 사실 양준혁은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땅볼을 치고도 1루로 전력질주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잠시 후 비가 말끔히 그치고 훈련이 재개된 후에도 그랬다. 다시 그라운드로 나선 양준혁은 누구보다 열심히 러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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