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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경제개발의 길목에서

입력 | 2009-06-24 02:59:00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중국의 서부 오지, 북한, 시베리아, 몽골 등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운데),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손잡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라

北-中서부-시베리아 등 개발 촉진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1990년 제안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도 필요

1990년 2월, 동아일보는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샌타바버라에서 ‘동아시아지역의 새로운 질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당시 동아일보 김진현 논설주간과 캘리포니아대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 동아시아연구소 이종식 교수의 주선으로 실현됐다. 토론 분야는 정치, 경제, 군사, 한반도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었다.

제2부 ‘아태지역의 경제관계’에서는 미국 하버드대의 드와이트 퍼킨스 교수, 일본의 오키타 사부로 씨, 러시아의 블라들렌 마르티노프 씨, 그리고 한국의 필자가 각각 논문을 발표했다. 필자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상호작용의 변화 패턴’이라는 연설문에서 동북아에 있어서 다자간 협력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동북아지역에 개발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이 동북아개발은행 제안의 효시(嚆矢)로, 다음 해인 1991년 9월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최된 동북아경제포럼 제2차 회의에서 필자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의 전망’이라는 연설에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본격적으로 제안했다

하와이대 교수인 동북아경제포럼 조이제 의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연구원을 지낸 버넘 캠블 박사와 일본 국제대 히로시 가카즈 교수에게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관한 공동 연구를 위촉했고, 한국산학협동재단이 연구비를 지원했다. 1993년 강원 평창군 용평면에서 개최한 동북아포럼 연차 회의에서 캠블 박사와 히로시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캠블 박사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했고 히로시 교수는 동북아개발은행(안)의 출자액 및 배분,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한 실제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이때부터 나의 제안은 동북아경제포럼의 고정 의제로 채택돼 연차 회의 때마다 토의를 계속했다.

필자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한 이유는 지난 원고에서도 언급했다. 동북아에는 중국의 서부 오지, 북한, 러시아의 시베리아, 몽골 등 저개발지역이 남아 있다. 이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을 위한 외부 자원과 함께 시장경제의 여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 및 ADB의 개발 금융과 기능에는 한계가 있고, 동북아의 특성에 맞는 개발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남북통일과 북한의 경제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제안이 공론화돼 각종 저서와 논문들이 발표됐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2000년 7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임시국회 대표연설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정부에 동북아개발은행 창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2006년 9월 28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이 제안에 찬성을 표했다. 일본에서는 2002년 7월 민주당 사토 다카오 의원이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에게 한중일 3국이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협상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동북아개발은행을 톈진에 둬야 한다며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안의 내용은 필자의 홈페이지에서 여러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동북아는 아시아의 핵심인 만큼 한중일 3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동북아 정상회의를 정례화해 그 자리에서 위의 제안을 논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