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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公安과 인권

입력 | 2009-06-24 02:59:00


유럽에서 검찰 제도는 1789년부터 5년간 진행된 프랑스 시민혁명의 산물이다. 그 이전의 유럽 재판제도는 법원 판사가 직권으로 심판하는 규문주의(糾問主義)였다. 이 제도 아래서 법원의 전횡으로 시민들의 인권이 많이 침해됐다는 반성이 일었다. 혁명 이후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탄핵주의(彈劾主義)에 따른 재판 제도가 새로 등장했다. 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의 소추가 있어야 형사재판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소추기관으로 탄생한 것이 검찰이다.

▷이처럼 검찰은 원래 인권옹호기관으로 출발했다. 처음부터 수사를 주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던 거다. 프랑스가 검찰을 처음 신설한 후 지금과 같은 법원-검찰-피고인(변호인)이라는 3자 형사소송구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독일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일본 검찰의 주된 기능은 지금도 수사보다 공소권 행사에 있다. 반면 우리 검찰은 수사가 우선이고 기소는 부차적인 잡무처럼 돼 있다. 검찰이 권력기관으로 각인된 것도, 검찰청의 공판부장이 한직으로 꼽히게 된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다.

▷우리의 검찰 제도는 남북분단에 따른 이념대립 및 군사독재정권이 30여 년간 존속했다는 사실과 깊이 연관돼 있다. 군사정권은 끊임없는 정통성 시비 때문에 법질서 확립 문제에 골머리를 앓았다. 자연히 검찰은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으로서 국가와 체제 유지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됐다. 그러는 사이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대공(對共)과 대학, 노사 문제 같은 시국 공안사건을 맡은 공안검사들이 우대받는 동안 끊임없이 인권 문제가 제기됐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 안녕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잘 보장된다”고 자신의 공안관(公安觀)을 밝혔다. 야당 등이 공안검사 경력을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한 대응이다. 그는 “공안부 검사만이 아니고 검찰에 몸담은 사람은 다 공공의 안녕에 대해 기본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은 공안과 인권이 대립된 개념이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일부의 법질서 파괴 행위로부터 다수 국민의 인적(人的) 피해와 재산 손실을 최대한 막는 것이 공안의 새 사명일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