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부상 두달 한화 김태균
3개월은 쉬어야 한다지만
방망이 놓을 순 없는 상황
FA노린 무리한 출장 없을것
“어지럼증은 왔다 갔다 해요. 종잡을 수가 없어요. 완전히 나은 것 같다가도 타석에 서면 공이 흔들려 보여요. 최악의 상황입니다.”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27)의 한숨은 길었다. 4월 26일 두산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포수와 부딪쳐 뒤통수를 땅에 부딪힌 그는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그는 이날 2군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뒷목 통증이 도져 빠졌다. “한동안 식욕도 없었다”는 그는 5kg 정도 체중이 빠져 111kg이라고 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다
3개월 전만 해도 그의 얼굴은 밝았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태균은 홈런왕(3개)과 타점왕(11타점)에 올랐고, 부상 전까지 시즌 초반 타율 0.407(홈런 5개)을 달렸다. “지난 2년 동안 타격 연습을 한 결과가 나오는 듯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는 시쳇말로 ‘다 끝났다. 40홈런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뇌진탕을 당한 그는 한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충돌 상황은 아직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병원에서 깬 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한참 생각했다.” 뇌진탕은 생소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고 어느 순간엔 몸이 다 나은 듯했다. 하지만 쉽게 피곤했고 어지럼증은 불시에 찾아왔다. 답답하고 속이 상했다. 그래도 그는 열흘 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타율 0.182의 부진. 결국 지난달 29일 다시 2군으로 내려왔다. “1군 복귀가 자꾸 늦어져 스트레스가 심해요.”
○“아프고 힘들어도 꿈은 버리지 않는다.”
의사들은 무조건 3개월은 쉬라고 했다. 2, 3년 동안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방망이를 놓지 못한다. “석 달 쉬면 시즌이 그냥 끝나요. 여러 가지 상황(팀 성적 부진 등)이 저를 쉬지 못하게 만들어요.” 그는 대전 서구 탄방동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해 불안해요.” 그는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해외 진출을 앞둔 부상이라 더 뼈아팠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위해서 김태균은 55경기를 더 뛰어야 한다. 그는 “FA 자격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경기에 나서지는 않겠다. 하지만 (해외 진출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우선 몸이 정상이 되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제 야구 인생도 변할 겁니다.” 그가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한 듯했다.
대전=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