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은 최근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을 2012년까지 ‘나라사랑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곳을 호국교육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청사진에 따르면 서울현충원 안에 영화관과 공연장 등이 들어가는 지상 3층, 지하 2층짜리 ‘호국의 전당’을 지을 예정이다. 여기서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전사자, 항일의병, 애국지사, 대통령에 관한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상영된다. 6·25전쟁참전국기념관도 설치해 해외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서울현충원과 63빌딩, 전쟁기념관, 통일전망대를 연계한 ‘안보체험 코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현충원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 관광명소인 알링턴국립묘지를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유명 인사들이 때가 되면 찾는 곳’으로 여겨져 일반 사람들로선 거리감이 느껴졌던 현충원이 이처럼 국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려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선진국 국립묘지공원의 겉모습만 따라 해서 애국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하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알링턴국립묘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백색 대리석 기념비가 서 있는 이 묘지를 육군 위병들은 24시간 지키고 있다. 기념비 앞에서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이뤄지는 위병교대식은 주요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관람객들은 위병들의 절도 있고 빈틈없는 의식에 엄숙해진다. 이 묘지 앞을 떠나지 않는 위병을 보면서 나라를 위해 이름 없이 죽어간 호국영령도 잊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은 학문과 예술에 기여한 ‘국가적 영웅’의 납골당이자 명예의 전당이기도 하다. 팡테옹 안 곳곳에는 이곳에 안치된 위인에 관한 영상물과 전시물, 조형물이 있다. 1년 내내 세계 곳곳에서 보낸 편지나 꽃이 끊이지 않는 퀴리 부인의 납골묘 앞에서는 프랑스의 위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서울현충원 방문객을 3년 안에 5배로 늘리겠다는 현충원 측의 의지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이런 계량적인 목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현충원을 찾는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라사랑테마파크로 거듭나는 서울현충원이 나라를 지키다 숨진 이들을 기리고 나라를 빛낸 위인을 되새길 수 있는 ‘나라사랑의 장’으로 관람객들을 맞았으면 좋겠다.
류원식 정치부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