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가라앉는 한나라 쇄신 어려운 5가지 이유

입력 | 2009-06-06 02:56:00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 친이-친박-소장파 물고 물린 ‘불신 사슬’
[2] 쇄신빌미 계파 대리전
[3] 개혁파 진정성 의심받고
[4] 새 지도부 대안 없는데
[5] 청와대는 뒷짐

《지지율 급락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이 쇄신 요구 앞에서 제대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주저앉고 있다. 사방에서 물이 들어차고 있지만 무기력한 선장 앞에서 수리 방법을 놓고 선원들이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배는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쇄신특별위원회는 5일 “지도부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친이(친이명박) 직계라인과 친박(친박근혜) 측이 사퇴에 반대하면서 당 쇄신작업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당내에서는 쇄신특위가 출범하기 전부터 당의 쇄신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무엇보다 친이와 친박은 물론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서로 불신하는 상황이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이 때문에 진정성이 담보된 쇄신안을 내놓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 측이 친이 측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쇄신특위가 계파 간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쇄신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중립 성향의 원희룡 위원장을 포함해 친이 측 7명, 친박 측 4명, 중립 4명으로 구성했지만 이 중 일부 위원들이 철저하게 계파 논리를 대변하는 바람에 논의는 겉돌았다. 한 중립 성향의 쇄신위원은 “상대 주장을 모두 음모론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대안이 나와도 계파의 이해득실부터 따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쇄신할 수 있겠느냐”며 “현 체제에서는 당헌·당규를 한 글자도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특위가 제도개선안을 내놓기 전에 인적 쇄신 카드부터 써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고 제도개선안도 논의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당 쇄신과 지도부 사퇴를 요구해 온 개혁파 의원들의 진정성도 의심받으면서 확실한 추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도 문제다. 원희룡 위원장과 남경필 정병국 권영세 의원 등 개혁파 중진의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쇄신 정국을 활용해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국민적 지지를 업고 쇄신을 주도할 명분과 에너지가 당내에서도 생겨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부재론’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 지도부가 사퇴해도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쇄신 논의는 겉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적극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쇄신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청와대가 당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러다 보니 친이 소계파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 문제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장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나오는 것도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