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문화공동체 시범사업 선정된 극단 ‘콩나물’
주민들 직접 참여… 연극놀이-단막극 등 계획
“생업에 바쁜분들과 기억에 남는 작품 만들것”
“문화예술 활동에서 평소 소외돼온 주민들이 직접 창작의 주체로 등장해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극단 ‘콩나물’의 연습실. 이 극단 단원들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시범 사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대본을 정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극단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실시한 생활문화공동체 시범지역 공모전에 ‘하나되기 위한 희망문화 프로젝트 다(多)컬처 이야기’ 사업을 제안해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생활문화공동체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중심이 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사업. 지난해 결성된 이 극단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연극인 등 7명이 참여해 청소년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연극을 통한 교육활동을 해오고 있다.
극단 측은 사업비 4000만 원을 지원받아 이달 27일부터 12월까지 대구 달서구 성서주공 1∼3단지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단의 정성희 대표(40·여)는 “사업 대상 지역은 서민들과 외국인 근로자, 이주여성 등 다문화가족이 많이 살고 있어 주민들의 삶이 다양한 편”이라며 “이 다양성을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생활문화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극단 측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단지 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짧은 연극놀이와 오감놀이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정서를 순화시키는 ‘놀놀놀!(놀토엔 놀이터에 놀러와)’ 행사를 연다.
또 부근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스토리텔링 만들기’와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인형극을 체험하는 ‘도서관 속 이야기 여행’도 진행할 예정. 이와 함께 주민들의 이야기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은 전시회 ‘우리사이(우리 사는 이야기)’를 개최하고 이웃과 함께 행복했던 기억 등 일상적 이야기를 주민들과 함께 단막극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감추어진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찾아내 예술활동의 소재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달서구와 지역 복지기관, 자원봉사단체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 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나눠가며 문화공동체를 다듬어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극단 단원인 권민희 씨(25·여)는 “사전 현장조사를 하면서 만난 주민들이 생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문화예술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이들과 호흡을 맞춰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