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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제네시스 효과’?

입력 | 2009-06-02 02:59:00


‘제네시스 효과’ 눈에 안 띄었다고요?
수입차 비율 줄었으니 반은 성공한 거죠

‘에쿠스 효과’ 또는 ‘제네시스 효과’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수입차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고급차 시장에 현대자동차의 에쿠스와 제네시스 같은 한국산 고급차가 등장해 수입차의 판매가 일부 감소하는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그러나 현대차가 경쟁상대라고 말했던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럭셔리 브랜드에선 생각보다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들어 전체적인 수입차 판매는 줄었지만 7000만 원 이상 고급 수입차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2%포인트 늘어났다니까 어느 정도 맞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특이한 현상도 보입니다. 지난해 월평균 412대가 팔리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혼다 ‘어코드 3.5’는 올해 들어선 월평균 97대가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혼다가 가격을 3980만 원에서 4590만 원으로 크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격대에는 제네시스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죠. 제네시스 3.3L 럭셔리 모델이 4513만 원입니다. 어코드의 상품성은 훌륭하지만 럭셔리 개념으로 만들어진 제네시스에 비해서는 품질감이나 편의장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인상으로 ‘제네시스의 벽’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가 목표로 했던 BMW 5시리즈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죠.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5.44%로 지난해 평균인 6.04%보다는 떨어졌습니다. 물론 경제위기로 소비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한국산 자동차의 종류가 많아지고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한때 급증하던 중·저가 수입차의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실제로 5000만 원 이하 중·저가 수입차의 판매비중은 지난해 53.2%에서 올해는 46.3%로 6.9%포인트 감소했으니까요.

일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때 일본 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경차 제외)은 10%까지 올라갔지만 올해 3월 말 현재 6.52%로 떨어졌습니다. 만약 일본의 경차시장까지 포함하면 3.96%까지 내려갑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인 만큼 수입차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한국도 최근 품질과 디자인이 크게 향상된 차를 쏟아내면서 일본의 자동차시장을 닮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시장이 더 개방된다면 수입차의 비중은 조금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5년 새 보였던 급격한 상승곡선은 다시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하지만 변수도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보급되느냐에 따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수입차의 도약은 한 차례 더 이뤄질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언제나 즐겁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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