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추정환자 접촉한뒤 기침 콧물 등 급성호흡기 증상
오늘 검사 결과… 2차감염땐 재난3단계 ‘경계’로 격상
WHO “대유행 어느정도 심각할지 지금은 판단 못해”
《멕시코 여행 중 돼지인플루엔자(SI)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수녀 A 씨가 입국한 건 지난달 26일. A 씨와 같은 공동시설에 살고 있는 B 씨(65·여)는 인천국제공항에 마중을 나갔고 두 사람은 B 씨의 승용차로 함께 귀가했다. 이때 A 씨는 이미 기침과 콧물 증상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를 독방에 격리했고 식사할 때도 혼자 방에서 먹었다. A 씨에게서 신고를 받은 보건당국이 출동했다. 지난달 28일 A 씨는 SI ‘의심환자’가 됐고, 다시 몇 시간 후 ‘추정환자’가 됐다. 보건당국은 공동시설에 살고 있는 40명 전원에게 항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를 투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B 씨는 건강한 듯 보였다. 그러나 29일부터 기침, 콧물, 목구멍 통증 같은 급성호흡기 증상이 나타났다. B 씨는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그저 공항에서 숙소까지 운전하는 1, 2시간 동안 A 씨와 접촉했을 뿐이다. 보건당국은 B 씨의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B 씨가 검사 결과 ‘추정환자’가 된다면 국내에서도 사람 간 감염, 즉 2차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 타미플루가 사람에 따라서는 치료 효과가 없다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일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리렌자라는 다른 백신도 있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2차 감염 가능성을 아직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씨가 고령인 데다 단순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2차 감염이 확인되면 국가재난단계는 2단계인 ‘주의’에서 3단계인 ‘경계’로 격상된다. 이르면 1일 오전에 나오는 B 씨의 검체 검사 결과에 따라 보건당국의 대응도 달라진다.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 ‘대유행(pandemic·팬데믹)’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과 박 위원장은 한목소리로 “팬데믹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보고 있다. WHO가 SI 경고 수준을 현행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한 것은 ‘인간 대 인간’ 전염이 미주대륙 2개국 이상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6단계인 팬데믹이 임박했다고 해석하는 것. 멕시코에 이어 미국에서도 지난달 29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스페인에서는 멕시코를 여행하지 않은 사람이 2차 감염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앞으로 SI 사태의 전개 방향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악의 경우는 1918년 18개월간 최소 4000만 명이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처럼 ‘극심한 대유행(severe pandemic)’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최대 수백만 명까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 SI 유행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함으로써 세계 각국은 최대 40%의 노동력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공산품 및 전력공급 중단, 무역 급감 등의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덜 심각한 대유행(mild pandemic)’이다. 1968년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홍콩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보다 희생자는 크게 줄겠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SI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적지 않은 희생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백신이 개발돼 있는 ‘계절 독감(seasonal influenza)’으로도 전 세계에서 매년 25만∼50만 명이 사망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는 경우(no pandemic)’다. SI가 조류, 돼지, 인간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가 혼합돼 변이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대규모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변이 과정에서 오히려 독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가 여름에는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가을, 겨울쯤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지난달 29일 “SI가 심각하지 않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심각한 대유행으로까지 번질지 지금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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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사-검사 대상자::
그전까지는 ‘의심환자’로 불렸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 단어로 통일하기로 했다. 멕시코 등 돼지인플루엔자 감염 위험 지역을 다녀온 후 급성호흡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