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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중계없는 방송사 오지마”

입력 | 2009-04-24 07:59:00


SK 고위 관계자가 “이러다 우리 감독님 (쓴소리 잘하는 일본의)노무라 감독처럼 되는 거 아니냐?”며 조마조마하지만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달려가 듣게 만드는 ‘권위’를 지녔기에 SK 김성근 감독이 한화 김인식 감독과 더불어 야구계의 어른으로 통할 수 있을 터다.

그 김 감독이 23일 롯데전을 앞두고 작심 발언을 꺼냈다. 일련의 프로야구 중계 중단 사태에 대해서다. 물타기, 양비론 등 본질을 흐려온 회색분자들이 머쓱해질 만큼 노 감독의 화법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결연했다. 설혹 일부 세력에게서 욕을 먹더라도 야구계 전체를 위해 할 말을 해야 할 때는 주저 없이 꺼내는 ‘어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성근의 격정토로, ‘야구인과 팬들이 중계 보이콧 방송사에 본때 보여줘야’

TV 중계를 왜 하는가? 국민을 위한 정보전달을 위해선가, 돈을 벌기 위해선가? 중계를 끊는데 거꾸로 앞으로 우리 구단들이 ‘언제 언제까지 중계 안 하는 방송국은 야구장에 오지마라’고 하면 어떡할 텐가?

(야구계가 방송에) 끌려 다닐 필요가 어딨나? 그동안 TV 중계 한다면 경기 시간까지 바꿔주는 나라가 우리였다. 어느 방송국은 일본야구 이승엽 중계에 수십억 쓰지 않나? (이)승엽이한테는 안된 말이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다. “4번도 아니고 6-7번 치고 있는 경기를 뭐 하러 보느냐”고. 그거야말로 외화낭비 아닌가?

TV 중계로 시간을 이렇게 끄는 나라가 어디 있나? 매해 이렇다. 우리는 닥쳐야 하나?

KBO(요구)가 뭐가 그리 문제가 많나? 잘 모르지만 시청자가 있어야 시청률이 있고, 방송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들을 위해) 서비스할 정신이 있어야지. 같이 살려고 그래야지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닌가. 일본을 봐라. 작년 아시아시리즈 적자 났어도 유치했다. 우리(방송사들은)는 눈앞의 돈만 보려고 든다.

방송국들이 베이징올림픽과 WBC로 수십억 돈 벌었지 않은가. 야구 때문에 벌어준 돈, 야구에 돌려줄 생각은 없나? 그것이 국민의 뜻 아닌가.

이왕 이렇게 된 거 KBO가 40억으로 올려서 다시 협상해라. 프로야구 가치를 그 정도 밖에 생각 안하는 모양이니까 가치를 불려서 엎어라. 해설자가 없으면 내가 벤치에서라도 하겠다. 아나운서는 이만수 시키면 된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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