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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변희재]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운동권 학맥

입력 | 2009-04-03 03:02:00


좌파 운동가와 서울대 미학과 인맥들에 의해 장악되다시피 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인적 쇄신과 개혁이 문화계의 절실한 과제로 대두됐다. 한예종은 1991년 12월 30일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 제정과 함께 1992년 개교한 국립예술대학이다. 한예종설치령 제3조에는 “예술영재교육과 체계적인 예술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의 양성을 위하여”라고 설립 취지가 규정돼 있으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예술실기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좌파 문화운동가들이 대거 입성했다. 설치령 자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인 황지우 총장이 부임하면서 한예종은 급격히 예술전문가 양성이라는 본 기능을 상실하고 좌파 운동가들의 철밥통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문화계 일각에서 나온다. 황 총장은 1997년 한예종 연극원 극작과 교수로 취임했다. 그러나 시인 황 총장이 처음으로 희곡을 쓴 것은 1980년대 광주 문제를 다룬 1998년 ‘오월의 신부’였다. 기록상으로는 희곡작가로 데뷔하기도 전에 희곡 관련 교수로 임명된 것이다.

심광현 영상원 교수는 한예종 인사들이 주도해 인문과 예술,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시작한 30억 원대 통섭교육사업의 책임자이다. 그는 서울대 미학과에서 박사과정 수료를 마친 뒤 1995년까지 주로 미술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갑자기 1996년에 한예종 영상원 교수로 채용되었다. 한예종 홈페이지에 게재된 심광현 교수의 프로필에 따르면 2000년 ‘한국영화사 연구의 새 차원’이라는 논문이 최초의 영화 관련 학문적 성과이다. 황 총장과 마찬가지로 영화 관련 활동을 하기 한참 전에 영화 전문 교수로 채용된 것이다.

전문성 부족한 좌파 문화운동가들

전통예술원의 이동연 교수는 중앙대 영어영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주로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대중문화 관련 연구 활동을 했다. 이런 그가 전통예술원에서 한국예술학과 교수로 채용된 것이다. 이 교수는 통섭교육 사업에서도 전통예술과 동떨어진 게임 분야에 참여했다.

통섭교육 사업의 출판프로젝트를 담당한 진중권 씨의 경우 처음부터 한예종에 객원교수로 채용된 것 자체가 문제이다. 진 씨는 지난해 1학기 강의 하나만 하고 무려 연봉 4000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한예종 학칙 제17조에는 ‘예술실기 전문가나 특수경력자로서 교육을 담당하는 자’로 객원교수 채용을 제한해놓았다. 진 씨는 물론 예술 실기 전문가가 아니다. 더구나 그가 맡은 강의는 ‘현대사상의 지평’이라는 철학 과목이다. 러시아 기호학으로 독일의 석사학위 취득에 그친 사람에게 ‘현대사상의 지평’ 강의를 위한 어떠한 특수경력이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한예종 측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진 씨는 2학기 강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정권 공격을 위해서라면 주저함이 없는 진중권 씨가 예술과 교육탄압이라는 훌륭한 비판거리를 왜 그간 말하지 않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한예종 측은 향후 5년간 180억 원의 국민세금을 더 지원받아 통섭교육과정을 다루는 단과대학을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한예종은 음악원 영상원 연극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협동과정 등 7개의 단과대로 구성돼 있다. 원칙적으로 예술 실기능력이 전무한 좌파운동가들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래서 아예 단과대학을 신설해 예술 비전문가이자 좌파문화 운동가들의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예술 실기자들에게 인문과 기술교육도 필요하지만, 교양과목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을, 왜 실기예술도 모르고, 기술은 아예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이를 해내겠다고 국민세금을 축내려는 것인가.

인적쇄신 필요한 국립예술대학

황 총장은 용산 참사 책임자 처벌 투쟁에 나선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심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국민운동본부 연구단장, 이 교수는 촛불시민연석회의 임시 운영위원장, 진 씨는 진보신당 당원이다. 또한 황 총장과 심 교수, 진 씨는 노무현 정권 당시 문화계 최대 권력 파벌로 부상한 서울대 미학과 인맥이다.

한예종은 이러한 나의 문제 제기에 어떤 답변도 안 내놓고 있다. 진 씨는 “나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한예종을 걸고넘어진다”며 논점을 흐린다. 가장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이어야 할 국립예술대학 한예종에서 낡은 운동권과, 봉건적 학벌이 판을 치는 현실에 대해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할 때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실크로드CEO포럼 회장

pye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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