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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투데이]위기에 단련된 한국경제 ‘회복기’ 선도 기대

입력 | 2009-03-13 02:57:00


몇 년 전 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부상하면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시아 증시와 선진국 증시가 분리돼 가고 있다는 이른바 ‘탈동조화(디커플링·decoupling)’ 이론이 유행했다. 그러면서 서구의 돈이 물밀듯 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한국 증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때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이 34%까지 올라갔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아시아 경제와 증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디커플링은커녕 수출 위주의 아시아 경제가 그 사이 선진국 경제에 더욱 종속돼 버렸다는 ‘역(逆)디커플링’론이 등장했다.

그러나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번 사태로 아시아와 선진국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디커플링이 시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 경제와 아시아 경제를 견주어 봤을 때 아시아의 금융시스템이 선진국보다 더 건강하다. 둘 다 부동산 대출 부실이 문제의 발단이 됐지만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은 피해 규모를 측정할 수 없는 파생상품으로 완전히 초토화됐다. 이미 거덜 난 AIG를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연명시키고 있는 것은 AIG를 파산시키면 초대형 상업은행 15개가 줄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니 무디스니 하는 신용평가회사도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매도프, 스탠퍼드의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속속 밝혀져 미국 금융시스템은 이제 글로벌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제는 제조업조차 추풍낙엽 신세다. GM은 산소호흡기로 지탱하고 있고 경영학 교과서에 모범 사례로 등장하던 GE도 구제금융 대열에 서있는 노숙인 신세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미국은 이미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시비를 붙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우량 제조업체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시스템도 미국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건전하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장부가 몰라보게 투명해졌다.

물론 글로벌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한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탁월한 위기 극복 능력은 역사적으로 입증돼왔다. ‘V자’ 회복이 온다면 한국이 가장 먼저 선도할 것이다. 희망사항이 아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