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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속 뉴클레오솜, 진화를 이끌었다”

입력 | 2009-03-06 02:59:00

김영준 교수


연대 김영준 교수팀 연구… “유전자 활동 계획적으로 조절”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진화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진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세포 속 작은 기관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진행돼 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유전자(DNA)의 길이는 약 3m. 세포 지름은 이의 30만 분의 1이다. 이 좁은 공간에 DNA가 들어갈 수 있는 건 ‘뉴클레오솜’이라는 물질 덕분이다. 10∼1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뉴클레오솜은 긴 DNA 사슬을 둘둘 감아 세포 안에 차곡차곡 쌓아 넣는다. DNA의 ‘수납’을 담당하는 기관인 셈이다.

최근 뉴클레오솜이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세대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팀은 뉴클레오솜이 DNA를 감는 강도가 세포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내 ‘네이처 제네틱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뉴클레오솜이 단단하게 감은 DNA는 세포 내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 마치 DNA가 활동하지 못하게 꽁꽁 묶어둔 것과 같다. 반대로 느슨하게 감으면 DNA는 다른 단백질과 활발히 반응한다.

김 교수는 “DNA가 감긴 강도 차이 때문에 세포마다 DNA의 활동 양상이 다르고 온도나 영양분, 스트레스 등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다양성은 개체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일교차가 조금만 커도 끙끙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년 내내 감기 한번 안 걸리는 사람도 있다. 병에 대한 감수성이나 신체능력의 차이는 환경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김 교수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이 다양할수록 일부가 살아남아 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적응에 필요한 DNA의 활동을 계획적으로 조절해 진화를 이끌어온 게 바로 뉴클레오솜”이라고 주장했다.

후천적으로 DNA 활동이 조절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분야를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른다. 후성유전학자들은 돌연변이는 100억∼1000억 분의 1 정도로 일어날 확률이 낮아 진화의 다양한 양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