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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프로농구 신한은행 최윤아

입력 | 2009-02-27 02:58:00

체격은 작지만 몸이 빠르고 힘이 좋은 최윤아는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자리 잡는 게 꿈이다. 사진 제공 신한은행


다혈질 태권소녀서 특급가드로

1994년은 농구 열기가 뜨거웠다. 연세대가 ‘오빠 부대’를 앞세워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했고 장동건 주연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인기였다.

○ 공 혼자 갖고 노는 오빠…오기로 시작

두 살 위 오빠는 아빠가 사준 농구공을 혼자만 갖고 놀았다. 초등학교 3학년 꼬마는 오기가 생겼다. 오빠 없는 틈을 타 공을 들고 아파트 앞 농구 코트로 향했다. 동네 오빠들 틈에서 농구를 배운 꼬마는 2년 뒤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신한은행 최윤아(24) 얘기다.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싫어했어요. 그때 쉽게 공을 만졌다면 오히려 농구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몰라요.”

최윤아는 농구를 꽤 잘했지만 청소년 대표에 한 번도 뽑히지 못했다. 2004년 7월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 대회에 출전하며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농구 실력이 아니라 ‘발차기 소녀’로 유명해진 것.

“편파 판정 등 텃세가 심했어요. 상대 선수가 경기 내내 거친 플레이를 하더니 끝나고 나서도 제 몸을 툭 치더라고요. 쌓였던 화가 폭발했죠.”

최윤아가 발로 찬 선수는 대만의 최고 스타였다. 흥분한 관중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라커룸까지 에워쌌다. 대표팀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간신히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 대만선수 발차기 사건후 참을성 배워

“제가 힘이 좋아 몸싸움은 항상 자신 있었어요. 그래도 발차기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웃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일을 통해 참을성을 배웠죠.”

최윤아는 고교 때까지 우승 복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에 입단한 뒤 벌써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운이 좋았어요. 전주원 코치님, (정)선민, (강)영숙, (하)은주 언니 등과 함께 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그 팀이 우승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서로 호흡이 맞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대어급 FA… 돈만 보고 이적은 싫어

신한은행은 26일 18연승을 달성하며 선두를 달렸다. 너무 독주해 여자 농구가 재미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등이기 때문에 받는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연패를 하는 팀에 뭐라 하시는 분은 많지 않잖아요.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동생이 농구를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오빠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원에 다니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면 동생을 보러 경기장에 온다.

“오빠나 부모님이 응원하러 오는 날이면 더 많이 뛰어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저를 보면 조금은 힘이 될 것 같아서요.”

최윤아는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득점, 어시스트, 스틸, 3점 슛 등 주요 공격 부문에서 ‘톱10’에 올라있는 ‘FA 대어’다.

“시즌 중인데 FA 생각할 겨를이 있나요. 계약 기간에 최선을 다해 통합 우승하는 게 먼저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돈만 좇지는 않을 거예요.”

안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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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이승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