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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우릴 예수님이라 부르셨잖아요”

입력 | 2009-02-20 02:56:00


택시운전사 모임 ‘핸들 잡은 예수님’ 명동 교통정리 도맡은 이유는?

1987년 김추기경, 봉사소식 듣고 별명 지어줘

“과분한 이름에 보답해야” 250여명 빈소 지켜

“택시 운전을 하시는 도중에도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감동적인 수기를 썼단 말씀이신가요? 허허…이분들이야말로 ‘핸들 잡은 예수님’이네요.”

1987년 당시 서울대교구 사목부장이던 송광수 신부가 건넨 수기를 본 김수환 추기경은 감탄했고, 이들이 내는 월보 제목을 ‘핸들 잡은 예수님’으로 직접 지어 줬다.

이후 이들은 ‘서울대교구 가톨릭 운전기사 서울 사도회’라는 본래의 이름 대신 ‘핸들 잡은 예수님’으로 불렸다.

그리고 2009년 2월 19일 ‘핸들 잡은 예수님’ 250여 명은 김 추기경의 장례식이 열리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자동차 핸들 대신 경광봉과 호루라기를 들고 김 추기경을 추모하고 있었다.

이들이 처음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던 1984년.

사도회 이계천 회장은 “당시 교황이 방문했던 서울 여의도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행사를 앞두고 택시 운전을 하던 신자들이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이후 본격적인 자원봉사 모임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복지관과 양로원, 장애인 시설에서 “차가 필요하다”고 부르면 달려가는 것은 기본. 이들은 택시에 작은 껌 판매통을 설치했다. 몇백 원 하지 않는 적은 돈이지만 10년 동안 이렇게 모은 6억 원으로 소외계층을 도왔다.

택시 운전을 하며 틈틈이 봉사활동을 펼치던 이들은 17일부터 택시를 세워 두고 명동성당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자, 차 옵니다. 잠깐 비켜주세요.”

“됐습니다. 얼른 건너가세요.”

추기경 선종 직후부터 그들은 노란 모자를 쓰고 명동성당 정문에서 교통정리와 질서유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추운 날씨, 인파만큼이나 많은 차량, 비좁은 도로…. 힘들 법도 하지만 이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우렁차기만 했다.

19일 오후 명동성당 앞에서 만난 사도회 회원 김강언 씨(66)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힘드냐고요? 다른 분도 아니고 추기경님이 우리 보고 ‘예수님’이라고 불러 주셨어요. 그런 고마움과 미안함을 갚으려면 아직 멀었죠.”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원구 씨(67)가 거들었다.

“참 신기한 게 뭐냐 하면요. 시민들이 나를 찾아와 길을 물어보고, 교통 통제를 따라주고 하면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사랑은 나누는 거다’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바로 뭘 말하는 거였는지, 이제 좀 알겠습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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