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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민노총 성폭력 파문

입력 | 2009-02-09 02:59:00


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으로 민노총 인터넷 홈페이지는 주말 내내 불난 호떡집 같았다. 홈페이지를 열면 대문짝만한 대(對)국민사과문부터 떴다. 하지만 자유게시판은 사과에도 아랑곳없이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글이 넘쳐났다.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았다. 1995년 민노총 창립 이래 14년 동안 이런 파문은 처음인 것 같다. 게시판의 ‘성숙한 이용’을 당부하는 운영자의 글은 있으나마나다. 조합원과 누리꾼들의 성난 목소리가 게시판을 뒤덮었다.

▷“님들이 먼저 성숙을 보여 주세요” “너나 잘하세요” “자기들은 인터넷모욕죄 반대하면서…”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 같은 비아냥이 민노총의 행태를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성폭력을 저지른 민노총 간부를 ‘성폭력 열사’로 부른 누리꾼도 있었다. 과격단체들이 폭력시위 사망자에게 걸핏하면 붙여주는 ‘열사’ 호칭에 빗댄 것이다. 5일부터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이런 글은 어제까지 나흘간 무려 1000건 가까이 됐다. 6일 229건, 7일 342건에 이어 어제도 300건에 달했다.

▷이번 파문의 초점은 민노총의 도덕성 상실에 있다.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민노총 조합원 다수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할 정도다. 조합원들은 “민노총의 이름으로 거리를 누비며 투쟁한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민노총의 강령 및 옆얼굴 셋을 겹쳐놓은 모양의 상징마크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뜻이 담겨 있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그런 단체의 핵심간부가 전교조 소속 여교사를, 그것도 이석행(구속 수감 중)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준 소위 ‘투쟁 동지’에게 몹쓸 짓을 했다.

▷이번 사건은 작년 12월 6일 발생한 이후 대국민사과까지 2개월이나 걸렸다. 민노총 측이 범인은닉 혐의를 혼자 뒤집어쓰도록 피해자를 어르고 달랬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내부 파벌 간 암투 탓인지 소문은 소문대로 났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내분(內紛)에 이용하려 들었다면 개탄할 일이다. 전교조는 또 왜 침묵을 지켰을까. 민노총, 전교조 모두가 스스로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그들의 도덕성에 입은 상처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