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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갈땐 모자, 행인 태울땐 양복”

입력 | 2009-02-06 02:59:00


강호순 ‘범행 복장’ 진술… 우발살인 거리 멀어

피해자 6명 유족들, 다음주 손해배상 청구키로

‘노래방 갈 때는 모자, 차량에 태울 때는 양복….’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39) 씨가 범행 장소와 대상에 맞춘 이른바 ‘범행복장’을 차려입고 부녀자를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5일 밝혀졌다.

강 씨는 검거된 이후 줄곧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리 복장까지 고려했다는 점 등을 보면 계획적인 범행이란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강 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 경찰 조사에서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할 때는 반드시 모자를 썼고, 버스정류장에서 피해자를 태울 때는 양복을 입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또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충동이 생기는 날이면 모자를 쓰고 나갔다”며 “다만, 버스정류장에서 사람을 태울 때는 모자를 쓰고 있으면 (여성들이 내 승용차에) 잘 타지 않아 양복을 입고 갔다”고 밝혔다.

모자를 쓰고 나간 날에는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평소에도 혼자서 안산 군포 일대의 노래방을 자주 다녔다. 버스정류장에 혼자 서 있는 여성을 목적지까지 태워다준 적도 많았다고 한다.

사흘째 강 씨를 조사 중인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추가 범행 여부를 캐기 위해 2004년부터 최근까지 강 씨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 분석에 나섰다. 검찰이 분석 시점을 2004년으로 잡은 것은 2004년 5월에 발생한 충남 서천군 카센터 화재사건에 강 씨가 연루돼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피해자 안모 씨 유족이 강 씨의 재산에 대해 낸 가압류 신청이 4일 받아들여진 데 이어 피해자 배모 씨 등 3명의 유족들이 5일 가압류 신청서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냈다.

나머지 피해자 3명의 유족도 가압류 신청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의 소송을 준비 중인 양진영 변호사는 “가압류가 받아들여지면 다음 주 중 유가족 공동으로 본안 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여러 피해자가 가해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안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