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대표들 금융간담회서 고충 쏟아내
“정부가 돈 풀었지만 현장선 돈구경 못해
대통령이 나서 대출 독려해도 마이동풍
재무제표만 보지말고 기업성장성 봐달라”
“정부가 돈을 풀어도 현장에선 구경도 못합니다.”(이택로 선일텍스 대표)
“지금은 전시(戰時) 상황과 다름없지만 은행은 평상시처럼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서승모 한국벤처산업협회장)
3일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 5층 회의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인 21명이 금융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을 보장받고 절절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서문용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2실장, 최기의 국민은행 부행장 등 금융계 인사 7명을 초청해 이뤄진 ‘금융 관련 중소기업과의 현장 간담회’는 한나라당 고승덕, 김용태 의원이 마련했다.
이택로 대표는 “정부가 돈 많이 풀었다고 신문에 보도되지만 현장에서는 돈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은행에 칼자루 줘서 중소기업이 절절 기게 만드느니 중소기업 관련 기관에 예산을 배정해서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우리는 잘못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금융권은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경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도 “정부 자금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 배달 사고”라고 맞장구쳤다.
김성수 더샤인 전무는 “대통령이 나서서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장려해도 은행에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은행을 10년째 거래하고 있지만 일선 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대개 1년에 한 번씩 바뀐다”며 “은행에 대출을 문의할 때 담당자들이 기업의 대출 요청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감안하지 않은 은행들의 깐깐한 대출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거래 은행 지점장 전결 한도가 15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어 한도를 넘는 대출에 대해서는 본점 승인을 받도록 하고 담보도 과다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건설사에 공사 하청을 받았는데 공사대금의 20억 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대물(아파트)로 받았다”며 “요새처럼 어려울 때에는 대물이 팔리지도 않아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노임 지급조차 힘든데 담보를 어떻게 마련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업체인 하이디스 정정식 이사는 “은행은 영업이나 기술이 아닌 재무제표로만 기업을 평가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 이사는 “엔화 대출을 받았는데 엔고로 이자가 두 배로 늘었다”며 “장사를 잘해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외비용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떨어지는데, 은행이 요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기업이 영업 활동을 잘해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지도 함께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마대열 티에스엠텍 대표는 “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규정상 공장이 준공되어야 소유권이 넘어온다”며 “은행은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주지 않아 신규 시설 투자가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키코(KIKO) 관련 소송을 냈는데 은행으로부터 소송을 취하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문용채 금감원 실장은 “중소기업인의 의견 중에서 건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