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빌딩에서는 사건 발생 이후부터 철거민들의 집회와 각종 단체의 기자회견이 계속되고 있다. 28일에도 빌딩 주변에는 철거민과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김미옥 기자
■ 檢 “참사책임 내주초 결론”
경찰 ‘화재 무방비’ 진압도 조사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의 수사가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의 점거농성 개입 정도와 경찰 진압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를 규명하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검찰은 불이 난 경위는 어느 정도 파악됐다고 보고 있다. 이제는 이번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음 주 초까지는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전철련-철거민대책위 연결고리 조사=검찰은 28일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망루 농성시위’를 주도한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이모 씨를 체포했다. 이 씨는 전철련 남경남 의장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점거농성을 기획, 주도하고 농성준비자금 6000만 원을 모금해 관리해온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또 사건 당시 옥상 망루 4층에 있다가 불이 나자 창문을 통해 탈출해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망루 안에 함께 있었던 이 씨의 아버지(70)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사건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뒤 입원 치료를 이유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28일 오전 의사에게서 ‘조사가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전철련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이 씨와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남 의장을 비롯한 전철련 간부들 간의 통화기록을 조회하는 한편 철거민대책위 간부들이 모금한 농성자금 6000만 원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진압작전 지휘 경찰 수뇌부 책임 물을까=검찰은 27일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을 상대로 망루 화재 당시 기름으로 인한 화재 진화에 쓰이는 ‘수성막포’가 사용되지 않은 경위를 상세하게 조사했다.
수성막포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는 방법으로는 진화되지 않는 유류 화재가 났을 때 불이 난 곳의 표면에 얇은 수막을 만들어 산소를 없애 불을 끄는 소화 장비다. 망루 안에 적지 않은 시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화재에 대비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진압작전에 들어간 점을 검찰은 가장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보고 있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진압작전의 최종 승인 과정과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 지휘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검토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진압과정이나 화재 발생 이후 대처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징계조치와 같은 행정적 책임이나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청장은 28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지만, 경찰 사기 문제도 있고 법질서 확립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진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발화 경위는 흐른 시너 때문=검찰은 화재 감식 결과와 경찰, 시위대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시위대가 망루 3층에서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뿌린 시너가 1층까지 흘렀고 그중 어느 지점에선가 화염병 때문에 불이 붙었다고 가닥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불이 나기 1분여 전 망루 안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이 액체를 계단에 붓고 있는 동영상을 확보했다. 검찰은 문제의 액체가 시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