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90% “취업노이로제 심각”
영어과외 하면서 영어과외 받아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 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중략) 우리 부모 세대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작가 김영하는 2007년 소설 ‘퀴즈쇼’에서 요즘 20대 젊은이들을 ‘단군 이래 제일 똑똑한 세대’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 졸업 후 평균 11개월 동안 ‘백수’로 지냅니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 취업자격 요건을 뜻하는 소위 ‘스펙(specification)’ 강박증에 시달립니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전국 대학생 6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85.7%)이 스펙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90%는 ‘스펙과 취업 가능성이 비례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했거나 할 예정인 대학생도 절반(50.8%)이나 됩니다. 채용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 예정자의 평균 스펙은 학점 평점 3.73, 토익 점수 811점에 자격증도 2.7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 D여대에 다니는 S(24) 씨는 주말에 초등학생 영어 과외를 마치면 자신도 영어 과외를 받습니다. 토익 점수가 800점대 후반이지만 점수를 더 올려야 할 것 같아 매달 습관처럼 시험을 봅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매주 3시간씩 시사 상식도 공부합니다.
그는 “주변 친구 가운데 절반 정도는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는 친구도 적지 않아 다시 고3이 된 기분”이라며 “취업 준비생 대부분이 스펙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해 취업 시장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이 취업 합격 소식을 듣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봄날이 성큼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