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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백화점 매출 줄어도 화장품은 잘팔려…립스틱 효과?

입력 | 2009-01-22 16:32:00


(박제균 앵커) 불황엔 립스틱이 잘 팔리고,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불황인 요즘 립스틱이 잘 팔린다고 하네요.

(김현수 앵커) 불황에 왜 이런 상품이 잘 팔리는 건지, 불황의 소비 심리학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산업부 김선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요즘 불황이라는데, 얼마 전 백화점 세일 실적이 어땠나요?

(김선미) 불황의 한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2일부터 18일까지 17일 동안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진행된 정기 바겐세일의 매출은 전년 대비 2~4%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4%대 중반이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칩니다. 상품 군별로는 식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정도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한동안 백화점 매출 신장률 1위를 지켰던 명품의 판매는 한 풀 꺾였고요. 값비싼 여성 정장 의류는 아예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머플러나 장갑 등 소품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많게는 27% 늘었다는 점입니다.

(박 앵커) 왜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화장품은 잘 팔리는 건가요?

(김) '립스틱 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대공황기인 1930년대 미국에서 나온 말인데요. 소비 경기가 안 좋을 땐 립스틱 같은 비교적 값싼 화장품으로 '작은 사치'를 누린다는 뜻입니다. 비싼 새 옷을 거금을 들여 사기 부담스럽기 때문에 화장품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 화장품 회사들에 알아보니 빨간색 립스틱처럼 색조 화장품도 잘 팔리지만, 로션과 에센스 같은 기초 화장품이 더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병원 시술이나 피부 관리실보다 상대적으로 싼 화장품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분석입니다. 아무래도 불황이라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실속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화장품 매장 직원 홍효정 씨

"요즘에는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기 보다는 집에서 기능성 위주의 상품들을 고객님께서 많이 찾으세요."

(김 앵커) 곧 설 명절입니다. 이번엔 불황의 영향으로 만 원 미만의 선물세트도 나왔다면서요?

(김) 네 그렇습니다. 올 설을 맞아 이마트에선 9800원짜리 사과 선물세트를 선보였습니다. 롯데마트에선 30개 들이 달걀 선물세트를 7980원에 팝니다. 달걀 선물세트는 과거 1960년대 명절 선물로 인기였다는데요. 요즘 계란 값이 치솟아 40여 년 만에 달걀 선물세트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 설엔 사람들이 만 원 쓰기도 주저하기 때문에 이 선물세트들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또 마음이 추워서인지 따뜻한 털스웨터도 선물로 인기라고 합니다. 한편 서민층 뿐 아니라 상류층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았습니다. 설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각 백화점의 초고가 설 선물세트는 판매가 극히 부진합니다.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 인기 선물 아이템이던 비싼 와인과 굴비세트가 잘 안 팔리고 있습니다.

(박 앵커)불황은 우리 일상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지요?

(김) 직장인들이 흔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요즘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커피입니다. 그동안엔 커피 원액에 우유를 섞은 카페 라테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그 순위가 역전된 겁니다. 아메리카노 커피가 가장 싸기 때문에 잘 팔린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카페 라테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도 제일 싼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서 매장에 비치된 크림을 타 마신답니다. 또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즐기던 외식은 크게 줄고 대신 직접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 필요한 조미료와 양념장 등이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업계는 만들어 먹는 호떡이나 전자렌지에 데우기면 하면 먹을 수 있는 술안주 등도 요즘 부지런히 내놓고 있습니다. 불황이라 우울하긴 하지만 과거 흥청망청했던 우리 생활의 거품도 빠지는 것 같습니다.

(박 앵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