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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니 음식의 맛-향이 확 살아나는 느낌”

입력 | 2009-01-13 02:55:00

12일 낮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마르코폴로’ 식당에서 눈 가리고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이색 체험 행사가 열렸다. 이 식사는 16일까지 예약고객에게 제공된다. 김재명 기자


■ 국내 첫선 ‘블라인드 디너’ 체험해 보니

눈을 가리고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블라인드 디너’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지중해 요리 식당 ‘마르코폴로’(02-559-7620)는 12일부터 16일까지 예약하는 고객에게 ‘블라인드 디너’(17만 원)를 내놓는다.

스페인 명문 와이너리(양조장) ‘토레스’에서 직영하는 레스토랑인 ‘마스 라벨’의 소믈리에(와인감별사)와 총주방장이 방한해 스페인 정통 가정식 요리와 그에 맞는 와인을 설명을 곁들여 서빙한다.

12일 낮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미디어 런치’에 다녀와 봤다.

○눈 가리고 느끼는 이색 미각 체험

“자, 눈을 가리시죠.”

마르코폴로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은 안대를 건넸다.

블라인드 디너는 고객들의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음식과 와인 본연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다. 고객이 즐긴 음식과 와인은 식사가 끝난 후에나 공개된다.

프랭크 마사드 소믈리에는 “중국 상하이, 캄보디아, 베트남 등 신흥 시장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미 5년 전부터 블라인드 디너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애피타이저(전채요리)와 함께 화이트와인(비나 에스메랄다)이 나왔다. 와인에선 복숭아와 백합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식당 측은 얇은 빵 위에 구운 야채와 함께 올려진 생선을 맞혀 보라고 참석자들에게 주문했다. ‘연어’ 등 오답이 줄을 잇다가 한참 만에 ‘고등어’라는 정답이 나왔다.

두 번째 와인과 음식은 참석자들의 예상을 깼다.

토레스가 미국 소노마 밸리에서 생산하는 ‘마리마르 에스테이트’ 피노누아 와인이었는데, 섬세한 포도 품종인 피노누아 치고는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눈을 가려 후각과 미각이 한껏 예민할 것이라고 마사드 소믈리에는 설명했다.

이 와인과 함께 제공된 음식은 질감이 양고기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귀 요리였다.

○호텔 외식업계, ‘부자 고객을 잡자’

최근 고전하는 국내 호텔의 외식사업 부문은 불황에도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는 최상위 고객층을 위한 서비스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조선호텔의 일식당 ‘스시조’가 운영하는 ‘스시 라이브 별실’(1인당 35만 원·6인실과 12인실 두 개)은 은밀한 비즈니스 미팅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주방장이 방 안에 들어와 직접 요리를 해 준다.

신라호텔은 매년 한두 차례 일본의 유명 일식당 ‘기요타(きよ田)’의 주방장을 초청해 ‘스시 갈라 디너’(1인당 40만 원)를 제공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