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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다시 돌아왔다, ‘날 것’의 배우로

입력 | 2009-01-09 02:58:00


2년만에 연극무대 오르는 유오성

《수갑 찬 사내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다. 대본에 적힌 죄수복 대신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이 남자, 배우 유오성(43)이다. 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연습실. 연습이 시작되자 한구석에 앉아있던 그의 시선이 등 돌리고 선 여배우에게로 향한다.

“힘내서… 살아.”(공상두)

“마지막인데 내 맘대로 불러도 돼?”(채희주)

“그럼.”(상두)

“(망설이다가)여보! 흐흐흑.”()희주

“자, 라이트 준비하고 암전.”(연출 안경모)》

사형집행을 앞둔 조직폭력배 남자와 똑 부러지는 신출내기 여의사의 사랑과 이별. 영화 ‘약속’과 드라마 ‘연인’에서 보았던 익숙한 이야기는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극본 이만희 연출 안경모)에서 비롯됐다.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사랑과 죽음, 이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리고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상두 역의 유오성이 있다.

그는 2개월 전 이 작품 출연이 확정되자 “리모델링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1992년 연극 ‘핏줄’로 데뷔한 그는 복귀작으로 연극을 선택하는 데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간만에 서보는 무대에서 그는 긴장하기보다 편안해 보였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날 것’ 같아요. 카메라 앵글과 조명, 그리고 주변 인물들, 영화와 드라마에서 도움을 받았던 모든 것들이 무대 위에서 배제되죠. 더구나 이 연극은 둘만의 대화 속에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해요. 이런 밀도 있는 역할은 배우로서 한번 도전해볼 만한 무대죠.”

연극은 수녀가 된 희주가 사형을 앞둔 상두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3년 만에 불쑥 찾아온 상두를 본 희주는 긴 이별을 예감하고 작은 결혼식을 올린다. 희주는 결혼식이 끝난 후 자수하러 발걸음을 돌리는 상두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만남과 헤어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이 연극은 남녀의 이별에만 초점을 맞춘다. 두 명의 대사만으로 극을 끌어가야 하는 대본에는 지문이 거의 없다.

여주인공 희주 역은 송선미와 진경이 번갈아 맡는다. 특히 송선미는 데뷔 후 첫 연극무대다. “연극을 카메라 300대에 둘러싸여 NG 없이 연기하는 것”이라고 비유한 그는 “너무 떨려 며칠 전 연습까지 상대 배우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조금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내는 게 우악스러워 보인다”며 걱정하는 강한 매력의 진경과 순수한 듯 귀여워 보이는 송선미의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3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3만5000원. 02-762-9190

염희진 기자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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