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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방송사 연말 시상식… 최고의 ○○는?

입력 | 2009-01-06 03:00:00


2009년이 시작된 지 6일이나 지났는데도 연말 TV 행사 중 여전히 시끌시끌한 게 있다. 지난해 3개 지상파 방송 연말 시상식 얘기다.

연말 시상식은 언제나 끝나고 말이 많은 방송이다. 수상자만 참석하는 시상식, 나눠 먹기 식 공동 수상, 뻔하고 식상한 수상 소감…. 아예 시상식을 없애란 시청자의 요구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도 보석 같은 순간은 있다. 멋진 수상 소감 한마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올해도 ‘OOO 어록’ ‘△△△ 굴욕’이라 불리며 인터넷을 떠돈다. 언젠간 제대로 된 방송사 시상식을 보리라는 기대를 품고, 동아일보 방송팀이 3사 연말대상의 ‘명장면’을 뽑아봤다.

▽최고의 코멘트=고 최진실을 떠올리며 “배우는 외로운 직업이지만 주위엔 손 내밀면 잡아줄 동료가 있다”고 말한 배종옥과 영화배우 황정민의 ‘밥숟갈론’을 패러디해 “스태프들이 데워놓은 목욕물에 몸만 담갔다”는 송은이를 제친 건 KBS 개그맨 박지선. “피부 트러블 때문에 화장을 못한다. 20대 여성이 화장 못해 예뻐 보일 수 없어 슬퍼하기보단, 개그맨이 분장을 못해 더 웃길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개그맨이 되겠다.” 그녀는 그날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다만 그런 멋진 말은 좀 천천히, 좀 더 극적으로 해줬으면.

▽최고의 몽환=거의 모든 소감이 몽환적이었다. 누구 하나 섭섭할까 세세한 거명. 비슷비슷 졸음을 몰고 왔다. MBC 연기대상에서 조연부문상을 받은 신은정은 발군이었다. “레베카로 살아온…, 레베카를 있게 해준….” 드라마에서 자신이 맡았던 역할 레베카를 10번 이상 거론하며 주문을 걸었다. 지난해 대중가요에서 ‘노바디’ ‘어쩌다’ ‘미쳤어’가 성공한 무한반복 전략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 이제 그 누구도,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그가 레베카인 걸 모르는 이는 없을 듯.

▽최고의 헷갈림=강력한 후보가 많았다. 한참 동안 어깨를 떨며 눈물 흘린 문근영이나 거의 빙의 수준에 빠져 한숨만 쉬던 이하나는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하지만 ‘의도적’ 자아분열이란 점에서 SBS 연기대상의 이한위가 최고점을 받았다. “2년 전 수상 때 올바른 시상문화 정착을 위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덕분에 주변에서 욕 많이 먹었다. 다른 이들은 그럼에도 감사하기 때문에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왜 지금도 감사한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고 왜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을까.” 그가 감사할 사람이 궁금해졌다.

▽최고의 의리=개그맨들은 대부분 의리파였다. 특히 트로피 하나 못 받으면서 3사 연예대상 자리를 모두 지킨 이경규, 김제동과 송승헌에게 꽃다발을 전하러 온 소지섭도 훌륭했다. 하지만 숨은 의리맨은 개그맨 박명수였다. MBC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시상하러 나와 최유라가 “난 지난해 최우수상이라 나왔는데 왜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냥 나왔다”며 웃고 만다. 그 자린 2006년 최우수상을 받은 동료 정선희가 나오는 게 통상적이었다. 진짜 의리는 생색내지 않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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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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