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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景氣전쟁

입력 | 2009-01-03 02:56:00


날씨가 맑고 눈도 많지만 스위스 스키장과 호텔은 예년보다 한산하다. 오스트리아의 스키 리조트도 아랍과 러시아 부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가수 린지 로한의 새해맞이 음악회 티켓이 이번엔 남아돌았다. 경기침체(Recession)의 그늘은 이처럼 폭넓다. 올해 영국은 60만 명, 러시아는 50만 명의 추가 실직을 걱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연말까지 세계에서 2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각국은 작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 초기에 ‘전염 방지’에 몰입하다가 지금은 경기침체에서 조금이라도 먼저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이후의 경제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 설문을 토대로 미국, 중국 및 동아시아, 유럽 순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호주는 가장 늦은 그룹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두 번째 그룹에 속한 것 같다.

▷경기침체 탈출 방안은 주로 재정에 의존한 대규모 경기부양(Stimulus)이다. 그래서 경제위기 극복 과정이 ‘R(침체)와 S(부양)의 전쟁’으로도 불린다. S가 이기면 일자리가 생기고 R가 이기면 실업자가 생기는 전쟁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킬고어 대령이 ‘언젠가 이 전쟁은 끝난다’라고 말했듯 언젠가 이 경기침체도 끝난다”고 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의 신년사도 R에 대한 선전포고 같다.

▷어느 전쟁이나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 경제통계가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에서도 경기(景氣) 판단이 사후(事後)에 뒤집히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핵심인데 시차가 커서 월별 산업활동동향, 고용동향 등으로 보완한다. 기획재정부가 월별로 내는 ‘그린북’에서 정부의 경기판단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판단은 매월 둘째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나오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판단에 대한 사후 검증이 없다. 옳았건 틀렸건 ‘지나고 나면 그만’이니 후진국 수준 아닌가.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