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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선급금 100억 받고도 하도급 中企몫 4억은 안줘

입력 | 2008-12-29 02:58:00


정부발주 공사 실태 감사

대기업이 하도급에 ‘선급금 포기 각서’ 강요

정부, 공사비만 주고 하도급 관리 나몰라라

감사원 “中企 줘야할 돈 총 185억원 미지급”

충북 ‘괴산-연풍(2공구) 도로건설 공사’를 맡은 한라건설은 올해 2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사비 선급금으로 100억2100만 원을 받았다. 선급금을 받은 원도급 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넘겨야 할 돈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15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한라건설은 하도급 업체 A사에 줘야 할 1억9800만 원과 B사에 지급해야 할 1억8000만 원 등 총 3억78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한라건설은 지난해에도 같은 공사에 대해 160억 원의 선급금을 받았지만 하도급 업체에 줘야 할 9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은 한라건설만의 일이 아니다. 대림산업과 SK건설, 쌍용건설 등 국내 건설 대기업들이 주로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하도급 업체에 선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더욱이 발주기관인 정부 부처는 대기업 등 원도급 업체들의 선급금 지급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중소기업청과 조달청 등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지원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 중인 28건의 건설공사에서 39개 원도급 업체는 1167억 원의 선급금을 국가로부터 받았지만 하도급 업체 68곳에 지급해야 할 185억85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28일 “하도급을 맡은 중소기업들은 선급금이 절실한데도 원도급 업체의 압력으로 ‘선급금 포기각서’까지 써주고 있다”며 “선급금 포기 각서는 원도급 업체들이 선급금 미지급에 따른 행정제재를 피하는 데 이용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감사원은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를 발주하고도 원도급 업체가 제출한 ‘하도급 관리 계획’을 관련 부서 공무원이 아닌 계약당사자 역할을 하는 회계담당 공무원이 맡도록 돼 있어 실질적인 점검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기성금(공사 진행률에 맞춰 지급하는 공사비)도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30일마다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원도급 업체들이 신청을 제때 하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는 2,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의무제도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장이 지정 공고한 품목은 중소기업 간 경쟁 입찰로 구매토록 돼 있으나 공고가 부실하고, 업체가 중소기업인지를 판별하는 검색자료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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