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우연히 맞혔다’ 진술 의문
경찰, 공모여부 수사… 다른 경로 가능성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15일 온라인 입시상담업체 G사 직원으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의 e메일에 접속해 자료를 빼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이 직원이 다른 관련자들과 사전 공모했는지, 다른 경로로 유출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G사 입시실장 김모 씨는 8일경 평가원 수능운영부 직원의 인트라넷 메일 주소에 들어가 언론에 공개하기 위해 미리 작성해 놓은 보도 자료를 몰래 빼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평가원 직원의 ID를 확인한 뒤 홈페이지에 나온 인트라넷에서 숫자 영문을 조합해 비밀번호를 맞혔다”며 “평가원 직원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로또복권을 살 때 항상 쓰는 5자리 숫자와 마지막 한 자리를 더해 비밀번호로 입력했더니 신기하게도 열려 나도 깜짝 놀랐다”며 “경찰이 내 진술을 믿지 않아 경찰이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였고 경찰도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빼낸 수능 분석자료를 곧바로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에 담아 다른 입시상담업체 K사 관계자에게 전달했고 이 관계자는 K사 출신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비상에듀 진모 이사에게 자료를 넘겼다. 이후 자료를 받은 진 이사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가 평가원 직원의 비밀번호를 임의로 맞혀서 인트라넷에 접속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입수한 증거 자료와 비교해 봤을 때 김 씨 진술이 거짓일 수 있다”며 “관련자와 사전 공모해 수시로 e메일에 드나들었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 등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했으며 금품이 오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학원가에서는 수능 자료를 최초로 공개한 진 이사 등 관련자들이 각각 학교 등 다른 경로를 통해서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시교육청이나 학교를 통해 수능 자료가 유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조사된 바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관련자들 조사에서 확인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