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풍경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테라스 거리’는 부담 없이 휴식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0일 테라스 거리의 한 카페를 찾아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김재명 기자
‘노천의 여유’ 맛보며 브런치 즐겨볼까
카페-레스토랑 등 50~60곳 유럽 분위기 만끽
1만원 안팎이면 OK… 밀쌈 등 한국식 메뉴도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가족간 외식도 꺼려지는 요즘이다. 근사한 데이트로 겨울 분위기를 내려는 연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맛과 분위기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국적인 문화까지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테라스 거리’다.
○ 1만 원으로 즐기는 색다른 여유
분당구 정자동에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2004년. 이탈리아어로 ‘손’을 뜻하는 ‘일마노(IL MANO)’라는 레스토랑이 아파트단지 사잇길 4차로 도로변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 테라스가 만들어지자 비슷한 형태의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 제과점, 아이스크림 가게 등 50∼60개의 업소가 각기 다른 모양의 테라스를 만들어 손님을 맞고 있다.
500m 길이의 도로 좌우로 이어진 각양각색의 테라스는 마치 유럽의 카페 골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특히 강남구 청담동 등 서울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브런치’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2만∼3만 원 안팎인 브런치를 싸게는 8000원, 비싸도 1만5000원 안팎이면 맛볼 수 있다. 양도 많아 두 명이 1인분을 시켜도 적당하게 배부르다. 연인은 물론 가족이 와도 2만 원 안팎이면 ‘한낮의 풀코스’를 만끽할 수 있다.
30일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정혜미(20) 씨는 “처음에는 상당히 비쌀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와보니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라며 “음식을 먹은 뒤에 눈치 안보고 2, 3시간씩 쉬었다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결혼 6년차인 홍진원(38) 씨 부부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주말에 이곳을 찾아 식사를 한다”며 “거하지 않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주로 먹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밀쌈 같은 메뉴가 선보이는 등 한국식 브런치 메뉴도 등장하고 있다.
‘모드니에’의 강상철(54) 사장은 “외국문화인 브런치를 굳이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며 “그냥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를 고르면 바로 그것이 한국식 브런치”라고 강조했다.
○ 불법 논란에 한때 철거위기까지
테라스 거리에도 한때 위기가 닥쳤었다. 이른바 ‘전면공지(前面空地)’에 설치된 테라스에 대해 2006년 불법 논란이 제기된 것.
보행편의와 도시미관을 위해 조성된 전면공지는 건물 터의 일부로 사유지에 해당되지만 주차장, 담장 등의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테라스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분당구청은 같은 해 5월 테라스를 설치한 업소 21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테라스에는 건축물의 조건인 대문과 지붕 등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불법 건축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테라스가 명백히 합법이라는 것은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강제철거 같은 조치는 어렵지만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과도한 행위는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승준(49) ‘일마노’ 사장은 “가족들이 부담없이 찾을 만한 공간이 분당에는 그리 많지 않다”며 “이곳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