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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CEO를 위한 청소년 경제 교실]

입력 | 2008-11-26 03:02:00

2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4번째 강의에서 참석자들이 강의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날 청소년과 학부모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하나IB증권 이찬근 사장은 ‘쏙쏙 들어오는 금융이야기’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했다. 전영한 기자

이날 강의에는 할아버지와 손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석해 연령과 관계없이 경제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전영한 기자


혈관 막히듯 ‘돈줄’막혀 세계경제 시름

미국 주택담보로 꼬리에 꼬리 물듯 마구잡이 대출

집값 떨어져 금융기관 연쇄 부실… 금융위기 불러

《“혈액순환이 안되면 몸이 아픕니다. 금융회사들은 경제의 혈액과 같은 ‘돈’이 잘 흐르도록 도와주지요. 요즘 전 세계 경제가 아픈 이유는 바로 돈이 잘 순환하지 못해서입니다. 빨리 이 아픔을 극복해야 합니다.”2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동아일보사와 대한상의 공동 주최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네 번째 강의가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하나IB증권 이찬근 사장은 ‘쏙쏙 들어오는 금융이야기’를 주제로 두 시간 동안 금융회사의 종류, 증권회사의 역할,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등을 설명하며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뒤 이 사장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던지는 예리하고 수준 높은 질문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의 강의 내용.》

○ 산업의 ‘혈액순환’을 돕는 금융회사

우리 몸 안을 돌면서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은 혈액이다. 건강한 혈액이 잘 돌아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금융회사는 산업의 혈액순환을 도와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외에 많은 금융회사가 혈액순환을 돕고 있다.

중요한 금융회사 가운데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자산운용사가 급격히 발전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변동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인은 시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사에 주식 및 채권에 대신 투자하도록 투자금을 맡기게 됐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맡긴 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펀드’로 만들어져 전 세계 주식·채권시장에 투자된다.

은행과 역할이 비슷하지만 대출 요건이 덜 까다로운 저축은행이라는 곳도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건설사들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최근 저축은행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저축은행에서 건설사에 돈을 많이 빌려줬는데 아파트가 많이 팔리지 않아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사도 있다. 캐피털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자동차 기계 등을 사서 빌려주는 ‘리스금융’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운송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트럭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기 어려울 때 캐피털사에 도움을 요청한다. 캐피털사는 사업계획을 살펴본 뒤 트럭을 대신 사서 일정 기간 운송업을 하는 사람에게 임대하고 이용료를 받는다.

요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대부회사도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이나 기업에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증권사

금융회사 가운데 증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증권사의 업무 중 하나는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떡볶이 사업을 시작한 ‘금융이’와 ‘저축이’ 사례를 통해 증권사의 역할을 알아보자.

금융이와 저축이는 ‘맛있는 떡볶이 주식회사’를 세웠다. 금융이와 저축이는 자본금 100만 원을 나눠 10만 원짜리 주식을 10개 만들었고 1년 뒤 장사가 잘돼 100만 원의 이익이 생기자 주식의 가치도 주당 20만 원으로 늘었다. 금융이와 저축이는 손님이 늘어나자 지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점 한 곳을 설치하는 데 500만 원이 더 필요했다.

금융이와 저축이는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증권사를 찾아갔다. 이들은 증권사 직원과 지금 가지고 있는 주당 20만 원짜리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상담했다. 증권사에서는 떡볶이 장사가 잘돼 이 주식을 주당 50만 원에 팔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권사는 금융이와 저축이 대신 투자자를 모아 ‘맛있는 떡볶이 주식회사’에 대해 사업설명을 하고 주식 10주를 주당 50만 원에 팔았다. 금융이와 저축이는 이렇게 모인 500만 원으로 지점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금융이와 저축이의 떡볶이 회사 주식처럼 수많은 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이 바로 증권선물거래소다. 어떤 가게에서 불량식품을 팔면 그 가게를 아무도 찾지 않게 되는 것처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 ‘혈관’이 막혀 생긴 금융위기

주식과 돈이 혈액처럼 흐르는 경제에서 혈관 한쪽이 막힌다고 생각해보자. 기업은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하고 투자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위기 금융위기가 된다.

최근 연일 신문에 나오는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증시가 폭락하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자 미국의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낮추면서 시장에 돈을 공급했다. 돈이 늘어나고 경기가 좋아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자 은행은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줬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 갚게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은행은 또 주택을 담보로 내준 대출을 다시 담보로 해 주택저당채권(MBS)이란 증권을 발행했다. 주택을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금융상품이 생겨났고 이 상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그러나 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은 정체되기 시작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부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채권을 샀던 증권사 투자회사들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돼 손실이 났다. 은행 증권회사 투자회사들 사이에서 ‘혈액’처럼 돌던 돈의 흐름이 끊긴 것이다. 이 막힌 혈관은 먼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해외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국내 은행 증권사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금융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여러분은 이번 강의를 통해 성공한 금융인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분처럼 금융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청소년이 많다면 금융위기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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